[남아시아 대재앙] "시신에 이런 특징 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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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일까. 태국에서 해일 피해로 숨진 지 일주일 넘어 시신을 찾는 유족이 늘고 있다. 시신이 부패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남다른 가족 사랑과 직감력, 눈썰미의 힘이다. 4일 현재 한국인 실종자는 6명으로 줄고 사망자는 12명으로 늘었다.

◆ 신체 확인=피피섬에서 실종된 L씨(37.여)에 대한 부친의 사랑은 남달랐다. 부친은 크라비에 도착해 "딸의 엉덩이에 점, 오른쪽 다리에 흉터가 있다"고 주변에 알려줬다. 지난해 12월 31일 L씨와 비슷한 사체가 안치소에 들어왔지만 확인 결과 아니었다. 부친은 지난 3일 뒤늦게 딸의 지문.치열로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급파된 박희찬 경사는 "한국에서 가져온 지문을 계속 대조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법의학팀 관계자는 "신원 확인 방법은 유전자(DNA)검사, 치열.치아 확인, 지문 대조 등의 순으로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방식은 오래 걸린다. 지문 채취는 시신 부패 속도가 빨라 어려움이 있다. 현재로선 치열.치아 확인이 가장 효과적이다. L씨 장남(10)의 시신 역시 이가 빠진 개수가 일치해 4일 장례식을 치렀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키를 본 다음 의복.유품.헤어 스타일 등을 대조하고 마지막으로 치아.치열과 DNA 검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국 당국은 유족을 못 찾은 실종자들의 시신에 대해선 DNA 검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 의복.장신구=지난 1일 발견된 K씨(44.여)는 배에 있는 수술 자국과 반지 덕택에 가족들이 찾을 수 있었다. 반지 디자인이 독특했다고 한다. 남자 친구와 함께 피지 섬에 갔다가 실종됐던 J씨(23)의 경우는 오빠의 기억력이 남달랐다. 오빠는 "목걸이에 고양이 문양이 있고 속옷은 '록시(ROXY)'상표"라고 말해줬다. 회사에서 경품으로 탄 여성용 속옷의 상표를 기억한 것이다.

신혼 여행을 왔다가 카오락 지역에서 발견된 K씨(26.여)는 어머니가 사준 귀걸이 때문에 곧바로 신원이 확인됐다. 그는 당시 방갈로 지붕의 콘크리트에 상반신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귀걸이 양쪽의 짝이 각각 다르다"고 알려줘 곧바로 태국 경찰에게 시신 인도를 요구할 수 있었다. 한국의 119구조대가 최근 발굴한 서양인 여성의 시신도 목걸이의 이니셜 덕택에 가족이 신원을 확인했다.

태국 푸껫에서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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