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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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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현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법원·소방서·방송국 등 90여 체험관 운영

“빵빵, 자동차가 나갑니다, 비키세요~.” 김군과 정양의 체험은 자동차 운전 면허시험장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선 먼저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본다. 실제 시험문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출제한 것들이다. 정양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렵다는 표정이다. 선임 수퍼바이저(체험도우미)인 양혜원(28)씨가 “이 표지판은 정지 표시를 나타내는 거예요”라며 돕는다. 그제야 알겠다는 듯 정양이 답을 고른다.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키자니아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나온다. 실제 면허증처럼 사진도 있고 이름과 면허번호까지 적혀있다. 김군과 정양이 면허증을 받아들고 어린이용으로 개조한 소형 자동차에 앉았다. 좌우를 살피고 안전띠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체험부터 직선·곡선 운전, 세차까지 체험 코스가 다양하다. 이날 김군과 정양은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 비스킷 공장, 대학 체험까지 2시간여 동안 세 군데를 체험했다.

키자니아엔 이런 체험관이 90여 개에 이른다. 만 3세에서 16세까지의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다. 비스킷·떡·음료수 공장처럼 식음료의 제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것부터 법원·소방서·방송국·은행·증권회사 등의 전문직 체험관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CSI 과학수사대·승무원 교육센터·병원 등이 이곳을 찾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다.

김제우(왼쪽)군과 정진영양이 체험관에서 받은 ‘키조(체험관에서 사용하는 모의화폐)’를 입금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다. [김경록 기자]

하나의 나라처럼 현실적인 체험환경 구현

키자니아의 체험관은 중앙광장 주변의 중심부와 외부로 나뉜다. 중심부엔 실제 도심처럼 은행·국세청·경찰서·법원 등 주요 행정시설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놨다. 키자니아 내에선 별도로 마련된 화폐 키조(KidZo)를 사용한다. 입장하면서 한 사람당 50키조를 지급받고 체험할 때마다 일정 키조를 월급처럼 받을 수 있다. 백화점처럼 물건을 파는 곳에선 키조를 쓸 수 있다. 키자니아 내 은행에 저축도 하고 키조 지급기를 통해 인출할 수도 있다. 저축한 키조엔 이자도 붙는다. 정양의 어머니인 김나정(35·경기 수원시)씨는 “요새 아이가 저축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직업체험으로 재미도 느끼고 경제개념도 익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국세청 세무공무원이 돼 세금납부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키자니아 콘텐트 팀장 이경미(36)씨는 “체험 과정이 현실에 가까울수록 어린이들의 집중력과 몰입감이 높아진다”며 “사회의 다양한 기능과 문화를 습득하면서 도덕과 행동규범을 익힐 수 있다”고 효과를 말했다. 다양한 직업체험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교육·문화적 효과를 결합해 어린이들의 사고·감성·운동 기능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김군의 어머니 정임수(38·경기도 남양주)씨는 “5~10여 명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 과정에선 아이들끼리 역할을 나눈다”며 “자연스레 협동심·리더십·사회성을 기르게 된다”고 얘기했다. 예컨대 법원 체험관에선 판사·검사·원고·피고의 역할을 서로 나눠 체험하는 식이다.

어린이들로 구성된 의회도 있다. 의원 13명과 산업경제·문화예술 등 7개 분과의 분과위원 21명, 모두 33명의 어린이가 의회에서 활동 중이다. 매달 정기회의·설문조사 등의 방법으로 키자니아의 체험관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낸다. 이 팀장은 “단순히 체험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의견이 체험관 운영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 후 관련 직업 독서 병행하며 흥미 더해

비스킷 공장 체험관에서 비스킷을 만들고 있는 정진영양.

이런 직업체험교육을 자녀교육의 한 방법으로 삼는 부모들도 있다. 박선희(37·경기 용인시)씨는 다섯 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대신 홈스쿨과 다양한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키자니아는 2주에 한 번꼴로 매번 직업을 달리해 체험계획표까지 만들어 다니고 있다. 박씨는 “직업체험을 하는 날이면 아이가 먼저 들뜬다”며 “다양한 직업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 동기부여가 된다”고 장점을 꼽았다.

조헌숙(39·경기도 부천시)씨도 11살, 7살 두 자녀와 함께 2주에 한 번꼴로 키자니아를 찾는다. 직업체험 전후엔 반드시 관련된 도서를 찾아 자녀와 함께 읽는다. 체험으로 흥미를 갖게 하고 독서활동을 통해 더 깊은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또래 아이들은 꿈이 계속 바뀌어요. 그만큼 관심거리가 많기 때문에 독서할 것도 많아지죠.” 직업체험으로 관심을 넓히면 독서의 종류와 양이 많아져 어렵지 않게 책과 친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업체험 교육을 할 때는 주의할 것도 있다. 정씨는 “부모 욕심에 특정 직업 위주로 체험을 시키면 흥미를 잃게 된다”며 “아이들이 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한 직업을 여러 번 체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팀을 이뤄 체험해야 하는 곳에선 각자의 역할에 따라 느끼고 배우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키자니아 내의 진로상담센터에서 아이의 적성에 맞는 체험 코스도 추천받을 수 있다”며 “처음 키자니아를 찾을 때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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