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事대화 재개문제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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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차 장관급 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시간표가 회담 이틀째인 13일 대강의 가닥을 잡았다.

우선 이달 하순 경협추진위원회 2차 회의를 시작으로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수해 방지 대책 등을 토의하기 위한 경추위 산하 각 실무협의회가 가동될 예정이다.

또 2000년 11월 평양 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경제협력 실무접촉에서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문제가 우선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는 차관 제공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결정된다.

이번 회담에서 추석 직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9월 중 대북 쌀 지원이 실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측이 보다 양질의 쌀을 원하고 있고, 양도 정부가 생각해 온 30만t보다 더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조율 과정은 아직 남아 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다섯번째가 될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양측 방문단이 9월 14일께부터 금강산을 각 사흘간 순차 방문해 상대 측 가족을 만나는 방식이 된다. 앞서 5일께부터 열릴 4차 적십자 회담은 그동안 그때그때 합의에 따라 이뤄진 상봉 등을 정례화·제도화하는 문제를 주로 논의한다.

그러나 회담은 군사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는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경의선(京義線)철도·도로 연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남측은 비무장지대(DMZ)공사의 키를 쥐고 있는 북한 군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군사 실무접촉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2000년 9월 첫 회의 이후 중단된 국방장관 회담보다 손쉽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북측은 14일 발표할 예정인 공동보도문에는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렸던 장관급 회담 실무접촉 합의와 비숫하게 원칙적 수준에서만 언급하고 경의선 문제는 경추위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유독 군사 당국간 대화만 날짜를 박지 않은 것은 "군부에 건의한다"는 식으로 주장해 온 과거 남북 회담과 유사한 태도다.

이 때문에 서해교전에 대한 더욱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합의문에 담기를 원하는 정부의 희망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북측은 회담 벽두부터 "서해 사태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입장을 밝힐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남측 이봉조·서영교 대표와 북측 최성익·김만길 대표는 13일 오후 민속촌 관광까지 걸러가며 합의문 문안 작성에 매달렸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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