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보상기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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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폭우로 실종됐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유족과 재해대책본부간의 갈등이 재해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자로 구분될 경우 국가가 보상해주지만 안전사고 피해자에게는 별도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8일 오후 이번 폭우가 원인이 돼 실종·사망한 피해자(자연재해 피해자)는 모두 7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폭우 기간 중 실종·사망한 20명 가운데 13명은 자연재해 피해자가 아니고 안전사고 피해자라는 것이다.

현행 자연재해대책법은 홍수·호우·폭설·해일이나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이 원인이 돼 사망·실종된 경우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실종자(자연재해 피해자)로 규정한다.피해자가 세대주인 경우 1천만원, 세대원인 경우는 5백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재해대책본부는 지난 6일 전북 임실군에서 하천을 건너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60대 남자와 전남 담양에서 떠내려가는 가재도구를 건지려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70대 남자 등을 자연재해 피해자로 인정했다.

반면 ▶상식적인 주의의무를 하지 않았거나▶행정기관·경찰·민방위대원의 경고나 주의를 무시하고 행동하다 사망·실종된 경우는 안전사고 피해자로 구분한다. 이들은 교통사고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본인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간다. 지난 6일 강원도 횡성군에서 승용차로 다리를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40대 여성과 하천변에서 물난리를 지켜보다 실종된 10대 여학생은 안전사고 피해자로 분류됐다. 경고방송을 무시하고 행동하다 변을 당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행정자치부 한 관계자는 "자연재해자 발생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피해자를 가급적 자연재해 피해자로 구분해 골칫거리 민원의 소지를 없애려는 지자체와 이를 정확하게 걸러내려는 중앙재해대책본부 사이에서 빚어지는 마찰"이라고 말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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