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황 여인의 ‘황금알 투자’ 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이곳에 사는 50~70대 여성 50명이 사기를 당했다. 개인 별로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2억원까지 뜯겼다. 주범은 43세 황모 여인. 두정역 부근에 회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우리 회사에 투자하면 매월 원금의 5~12% 이자를 주겠다”며 성환 여인네들을 꼬드겼다.

천안서북경찰서는 최근 피해자 53명으로부터 162회에 걸쳐 17억원 상당을 가로챈 피의자 9명을 검거했다. 황씨와 공동대표 40대 남성은 구속하고, 모집책 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모집책들은 2007년 9월부터 “우리 회사는 폐비닐 1t으로 보일러유 900ℓ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라며 “황금알을 낳은 이 사업에 투자하면 몇 백만원만으로도 매월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여성들을 유혹했다. 처음 성환에서 몇 명이 이들 꼬임에 넘어간 게 화근이었다. 이들은 몇달간 꼬박 꼬박 이자를 받는 게 꿈만 같아 주위에 ‘투자’를 권유하고 다녔다. 김모(72·성환읍)씨도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몇 달간 50만원씩 이자를 주자 친지에게 2500만원을 빌려 더 밀어 넣었다. 그러다 집까지 잡히고 은행 빚 5000만원을 빌려 황씨에게 넘겼다. 이렇게 도합 1억원을 몰아 넣었는데 지금 한푼도 못 건질 상황이다.

자신만 피해를 본 게 아니라 주위에 “작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소개까지 했다. 이 소문은 피라미드처럼 퍼져나가 성환서 50명이 이 사기극에 걸려 들었다. 대부분 넉넉치 못한 중년 이상의 시골 여성들이다. 용돈이라도 벌어 볼 생각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사기꾼에게 ‘투자’한 것이다.

천안서북서 지능팀 류재구 경사는 “피의자들은 충남 연기 및 전남 함평 등에 유령 공장까지 차려놓고 피해자들을 속였다”며 “폐비닐로 보일러유를 만드는 기술은 수년 전에 발표된 적은 있으나 실효성이 없어 폐기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류 경사에 따르면 용의자 일당은 지난해 초 2009년 6월 보일러유가 대량 생산돼 이문이 크게 남는다며 투자자 별로 이율을 달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들은 “4000만원 투자까지는 매월 10%, 1억원까진 11%, 1억원 이상은 12% 매월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나이 많은 피해자들은 아직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받아 들이려하지 않고 있다. 류 경사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쏟아 부었으니 인정을 못하는 상황”라며 “돈을 빌려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