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쇼크'여파 정국 급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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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상(張裳) 전 총리서리의 국회 인준 부결이 정국을 가파른 대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1일 한나라당 이회창(會昌) 대통령후보의 자질문제로 연결시켜 공세를 강화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음모론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여성 총리 후보를 거부한 것이 몰고올지도 모를 여성계의 반발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자는 계산이다.

그러면서도 양당 지도부는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 내분이 격화되거나 의원들 사이에 패배주의가 번져나갈 것을 우려했다. 한나라당도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사거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조성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이회창 후보는 자신의 흠결은 눈감고 은폐하면서 張총리 지명자에 대해선 작은 흠결을 왜곡·과장하는 이중잣대를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임채정(采正)정책위의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정치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면을 후보에 대한 도덕성 논란으로 이어가자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張총리서리의 부동산·이중국적·주택·해외송금·친일 의혹 등이 이회창 후보에게도 해당된다며 비교표까지 제시했다.

후보도 ▶경기도 화성에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있고▶며느리가 원정출산했으며▶빌라게이트에 연루됐고▶부친은 일제하에서 검사서기를 했다는 것 등이다.

민주당은 또 이날 "민주당이 신북풍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고발키로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민주당 내에서 40~50표로 추정되는 반란표가 나왔다"면서 "치졸한 뒤집어씌우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부결사태는 "金대통령의 파행인사를 질타하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南대변인은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민주당의 부(否)표가 많이 나온 것과 관련, '음모론'을 제기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徐淸源)대표는 "검증된 후보를 내정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근본책임이 있지만 민주당이 다른 의도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표결 하루 전 민주당 韓대표가 '백지 신당론'을 언급했고▶소장파 의원들을 단속하지 않았으며▶민주당 표결 불참자 6명 중 3명이 여성 의원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강재섭(姜在涉)최고위원도 여기에 동조해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부표를 던져달라고 부탁하더라"고 소개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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