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지메시’ 지소연, 사상 첫 8강 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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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나와의 2차전에서 전반 41분 골을 터뜨린 지소연이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연이은 낭보에 춤을 추고 있다. 이번에는 낭자들이 해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이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청소년월드컵(U-20)에서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열린 조별 예선 D조 2차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에 4-2로 쾌승했다. 14일 스위스와의 1차전에서 4-0으로 이긴 데 이어 2연승을 올린 한국은 남은 미국전 결과에 상관 없이 조 2위를 확보, 8강 티켓을 따냈다.

◆남녀 불문, 연령 불문 쾌거=‘드라마’의 시작은 지난해 7월이었다. 안익수 감독(현 FC 서울 수석코치)이 이끈 여자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여자축구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10월에는 홍명보 감독이 지도한 남자 U-20 대표팀이 이집트 U-20 청소년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 1991년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 만의 8강 진출이었다. 한 달 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U-17 청소년월드컵에서도 8강 신화가 쓰였다. 이광종 감독이 이끈 17세 이하 대표팀은 87년 캐나다 대회 이후 22년 만에 8강에 성공했다. 20세와 17세 이하 대표팀이 함께 8강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동생들의 선전에 형들도 힘을 냈다. 올여름엔 A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뤄냈다.

◆새 DNA, 한국 축구 점령하다=지난해 남자 U-20 월드컵 때 스타로 떠오른 건 김보경(21)과 김민우(20)였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때도 이청용(22·2골)과 기성용(21·2어시스트) 등 대표팀 막내급들이 16강 공신이 됐다.

여자 청소년 팀의 선전에는 지소연(19·한양여대)을 빼놓을 수 없다. 지소연은 스위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더니, 가나전에서도 2골을 터뜨렸다. 5골을 넣은 그는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득점 선두에 오른 일은 처음이다.

초등학교 시절 여자 축구부가 없던 학교(서울 동명초)에서 남자 선수들과 어울려 축구를 배운 지소연은 드리블과 패스·슈팅의 3박자를 고루 갖춘 ‘물건’이다. 팬들은 전에 볼 수 없던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지소연을 ‘지메시’(지단+메시)라고 부른다. 지단의 넓은 시야, 메시의 드리블과 득점력을 두루 갖춘 걸 빗댄 별명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DNA를 바꾼 20세 전후의 ‘쾌속세대’. 이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자기관리를 한다. 본인 하기에 따라 수십억, 수백억의 수입도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걸 선배들을 통해 봐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낙 글로벌한 세대에 태어나서 세계 대회에 가서도 좀처럼 기죽지 않는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런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춘 지도자, 또 지도자가 해외 무대에서 처지지 않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축구협회도 한국 축구 부흥의 일등공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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