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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와 닮은 애플의 대응 … ‘오만한 해명’ 평가절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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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이폰4의 수신 불량 논란은 가라앉을까. 애플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해명으로 ‘안테나 게이트’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오만한 해명’으로 평가절하하고, 림·모토로라 CEO들은 “아이폰4의 논란을 왜곡시키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이런 아이폰 논란에 대해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성민정 교수는 “일본 도요타의 사례처럼 사건 초기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해 솔직하고 성실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감당할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폰4 수신 불량 문제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 사례를 알아봤다.

◆아이폰4 수신 불량 논란=애플 아이폰4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일본 5개국에서 출시, 사흘 만에 170만 대가 팔렸다. 하지만 판매 초기부터 수신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애플은 소프트웨어(SW)에 사소한 문제가 있는 점만 시인했다. 그럼에도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아이폰4를 추천 제품에서 제외하는 등 수신 불량 논란이 확산됐다.

아이폰4의 수신 불량 문제는 왼손바닥이 안테나가 있는 단말기의 왼쪽 아랫부분을 감싸면 음성 신호가 끊어지거나 수신 감도가 나빠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소비자 신뢰 잃은 기업들=정보기술(IT) 업계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인텔의 펜티엄 결함 사례다. 1994년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테스트 엔지니어들이 새로 개발한 펜티엄칩의 나눗셈 회로에서 미세한 결함을 발견했다. 인텔은 칩을 리콜하지 않고 약간의 문제만 수정한 뒤 칩 생산을 진행했다. 몇 달 뒤 인텔은 버지니아 린치버그대의 토머스 나이슬리 수학과 교수가 자신의 PC에서 소수점 결함을 발견했다고 알려왔으나 이마저 무시했다. 나이슬리 교수는 이 문제를 인터넷에 올렸다. 인텔은 결국 4억7500만 달러 규모의 칩 리콜과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다.

건강과 직결된 음료업체에서는 이런 사례가 많다. 프랑스의 천연탄산수 브랜드인 페리에의 벤젠 사건이 대표적이다. 9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페리에 제품에 벤젠이 함유됐다고 발표했으나 페리에는 초기에 그 발표를 부인하다가 마지못해 미세한 오염을 시인했다. 결국 북미 지역에서 7000만 병을 리콜하고 나중에 전 세계에서 1억6000만 병을 회수했다. 페리에는 92년 스위스 네슬레에 인수됐다.

미국 다우케미컬과 코닝이 합작해 설립한 다우코닝은 90년대 초 여성 유방 확대용 실리콘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 제품을 가슴 성형수술에 사용한 뒤 부작용을 경험한 일부 소비자가 집단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다우코닝은 32억 달러를 물어 줬다. 98년 손해배상금의 여파로 다우코닝은 파산법원에 기업보호를 신청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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