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주가 바닥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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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미국 증시에 '주가 바닥론'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나라 주가가 나란히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24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미 다우존스 지수도 최근 4일(거래일 기준) 동안 13%(4백47포인트) 치솟았다.

미국 증시 급등은 주가가 너무 많이 빠졌다는 공감대 덕분이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도 큰 호재로 작용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요즘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바닥에 닿으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몇몇 종목이 증시를 이끌기보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이 반등하며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운용전략센터 이종우 실장은 "미국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는 등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괜찮은 편이며 투자심리도 점차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고비에서 이날 국내 주가가 뜀박질한 것도 고무적이다.

만약 7월 마지막날(31일)거래에서 월초 주가(722.58)를 뛰어 넘으면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말 주가가 월초 주가를 웃돌게 된다. 이 경우 증시가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1990년 이후 대세 상승기 때마다 월말 주가가 월초 주가를 4개월 이상 밑돌게 되면 대세 상승은 깨지고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 증시의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차익을 챙기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는 투자자가 늘게 마련이다. 주식값이 싼 이점(저가 메리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미 주가 급등은 최근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데 따른 기술적인 반등에 불과하다"며 "그간 미국 주가를 끌어내렸던 회계부정과 주가 고평가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일반투자자들까지 매수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개인투자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증시의 앞날을 어둡게 보고 있어 개인의 본격적인 매수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여기에다 최근 주가 급등에 일조한 달러화 약세 진정기미도 얼마나 지속될지 속단하기 어렵다.

이희성 기자

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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