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창업현장] 비디오 + 간식 배달 서비스 김지익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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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와 함께 간식 등을 배달하면서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김지익씨. 그는 근면과 성실성을 무기로 월 4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많은 창업자가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엄동설한에도 꽃은 피듯이 불황을 이기고 성공을 거두는 사업자들은 분명히 있다. 그 비결과 노하우는 무엇일까. 중앙일보는 신년 기획으로 남다른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창업 현장을 소개한다. 이들에게서 듣는 사업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예비 창업자들이 성공 창업의 밑천을 찾았으면 하는 희망이다.

편집자

따르릉-. 비디오를 배달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김지익(37)씨는 가게 앞에 세워진 스쿠터에 올라타더니 근처 김밥집부터 간다. 김밥 2인분을 2500원에 사서 비닐봉지에 담은 그는 서울 난곡동 좁은 골목길을 능숙하게 달려 주문한 고객이 사는 다세대 주택을 찾는다.

"주문하신 비디오와 김밥입니다." 고객에게 봉지를 건넨 그의 손엔 비디오 대여비 2000원과 김밥값 3000원이 돌아왔다. 김밥 값 3000원 중 '원가'를 뺀 500원은 배달 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배달에도 '부가가치'가 있다=김씨는 비디오나 DVD와 함께 고객이 주문한 간식거리를 같이 배달해 부가 수익을 올린다. 비디오와 DVD는 손님이 가게를 직접 찾아와 골라가면 각각 1500원과 2000원을 받지만, 배달할 때는 500원씩을 더 받는다. 비디오를 보면서 간식을 즐기는 고객이 많다는 것에 착안한 김씨는 김밥.순대.과자나 술.안줏거리 등을 같이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과자나 술은 수퍼나 할인점에서 사서 편의점 수준의 값을 받습니다. 가령 편의점에서 1500원인 안줏거리를 할인점에서 1000원에 사서 배달하는 거죠."

김밥.순대.만두 같은 간식거리는 음식점 주인과 '담판'을 지어 해결했다. 많이 사는 만큼 조금이나마 깎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번 간식을 배달하면서 남기는 돈은 기껏해야 1000원 내외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수입은 의외로 짭짤하다. 김씨가 하루에 간식을 배달하는 건수는 평일 40여건, 주말 60~70건이다. 간식 배달로만 평일 4만~5만원, 주말 6만~7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김씨의 월 매출은 550만원 정도. 비디오와 DVD에서 400만원, 간식 등의 배달로 150만원을 올린다. 이중 비디오 구입비 110만원, 가게임대료 20만원, 스쿠터 기름값.난방비 등 가게 유지비 20만원 정도를 빼고 400만원 정도가 남는다. 비디오.간식 외에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보드게임이나 캠코더까지 빌려주고 있다.

"어차피 발품 파는 직업 아닙니까. 조금이나마 부가가치를 높여야죠."

◆근면과 친절이 무기=중소 식품유통업체에서 일하던 김씨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2003년 7월 창업 전선에 나섰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다 '비디오맨'(www.videoman.co.kr)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창업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가맹비와 물품 구입비 800만원에 중고 스쿠터 구입비 45만원이 창업 비용의 전부였다. 집을 가게로 활용했고 손님 관리를 위한 PC도 집에 있는 것을 썼다.

장사를 시작하면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무조건 알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6개월 정도 매일같이 전단을 뿌리고 다녔습니다. 주말이면 아르바이트 아줌마를 고용해 뿌리기도 했죠. 뿌린 전단만 수만장이 될 걸요."

동네를 돌아다니며 '대면 홍보'에도 나섰다. 쓰레기도 비워주고, 이사도 도와주고, 김장 담글 때 배추도 날라주는 등 '얼굴을 팔 수 있는 일이면' 빠짐없이 나섰다. 첫달에는 50만원 정도의 매출에 그쳤으나 이런 노력에 힘입어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회원이 2000여명 됩니다. 한달에 두번 이상 주문하는 고객만 500명 정도 되죠.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비디오와 간식을 좋아하는 분인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장사에 자신이 붙으면서 사업 시작 다섯달 만에 보증금 500만원을 주고 집 근처에 두평 정도의 작은 가게도 마련했다.

"사업을 시작한 뒤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자정 넘어 일하려니 힘듭니다. 내년에는 지금 가게의 10배쯤 규모로 옮길 계획으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으니 몸으로 부딪쳐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사업 철학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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