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배출가스 억제 초점 '부담금'엔 반발 따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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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발표된 환경부의 특별대책은 수도권의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그동안 수질에 치우쳤던 환경개선정책을 대기 분야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각종 대책에는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들의 이해가 걸려 있어 시행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별대책 왜 나왔나=환경부는 특별대책 10개년 계획을 통해 "맑은 날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남산에서 인천은커녕 직선거리로 12㎞ 떨어진 관악산도 흐릿하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서울의 평균 시정거리는 2000년 10.9㎞로 외국 유명도시는 물론 울산·포항 등 국내 공업도시보다 못하다.

시정거리 악화의 주범인 미세먼지의 경우 지난해 서울이 71㎍/㎥였다. 2000년(65㎍/㎥)보다 악화된 수치며 같은 해 런던·파리(20㎍/㎥)의 세배가 넘는다.

수도권지역은 특히 단위면적당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것이 심각한 문제다.

시정거리를 악화시키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2001년 수도권의 ㎢당 배출량은 65.39t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1.28t/㎢)의 50배가 넘으며, 우리나라 전체 평균(12.67t/㎢)보다도 다섯배 이상 높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배출허용 총량제와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다. 각 지자체 단위로 해당 지역에서 연간 배출할 수 있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미리 배정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나 사업장은 정해진 오염물질 배출량을 지키기 위해 각종 배출 방지·저감 기술을 써야 하고 새로운 오염시설 도입을 스스로 억제하게 된다.

한편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자동차·건설기계·이륜차 등의 배출허용 기준이 미국·유럽 수준으로 크게 높아진다. 또 자동차 운행단계의 오염감축을 위해 연료품질 기준이 강화돼 현재보다 황의 함유량을 크게 줄인 초(超)저유황 휘발유·경유도 보급된다.

◇문제점은 없나=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일단 시안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몇몇 대책은 시민·지자체·타 부처의 이해관계와 부닥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도권의 휘발유·LPG 차량에도 환경개선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자동차세를 더 내야 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경유를 쓰는 승용차·버스·트럭에 대해서만 배기량에 따라 매년 9만~46만원(서울시·차령 3년 기준)을 물려 지난해에만 2천8백83억원을 거뒀다.

기획예산처 유덕상 경제예산심의관은 "휘발유 차량에도 부과한다는 환경개선 부담금은 준조세라는 점에서 액수가 문제"라며 "국민이 당장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부담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출총량제와 배출권 거래제 정착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시·군 등 지자체 단위로 오염 정도를 정확히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지자체·기업체별 배출량·삭감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워낙 이해관계가 엇갈려 지자체·기업체가 즉시 협조하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환경정책팀장은 "대기오염 개선은 수도권의 도시·교통·에너지 계획과 연계돼야 하는데 이는 환경부의 권한을 넘는 부분"이라며 "총리실 산하 '수질개선 대책단'처럼 범정부적인 추진기구 설립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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