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天池는 지금 '꽃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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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백두산 눈썹 높이에/작은 꽃들이 피었네/산나리 엉겅퀴 들국화/제 키를 낮춘 꽃들이/제모습을 잃지 않고 피었네/나무들이 서 있을 수 없는 곳/돌멩이도 옮겨놓는/바람에 맞서/산정의 돌짝밭/이끼들에게 맡길 수 없다고/(이상목 시인 '백두산 들꽃들')

대개의 사람들이 백두산 관광 하면 천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열번에 두어번 얼굴을 보여주는 새침데기 천지와 달리 해마다 낮은 곳에 수줍게 피어나는 백두산 야생화들은 언제나 사람들을 반긴다. 백두산 천지 서쪽능선(서파) 청석봉 아래 고산지대는 7월 초부터 들꽃 천국이 펼쳐진다. 원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백두산의 야생화는 신이 가꾼 '천상의 화원'처럼, 시집가는 새색시의 수줍은 미소처럼 살며시 다가온다.

백두산 들꽃은 수목한계선(해발 1천7백m)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다. 따라서 험준한 산세만을 뽐내는 북쪽 능선보다는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로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진 서쪽 능선 등반이 들꽃 구경에 제격이다.

백두산 야생화는 겨우내 쌓인 잔설이 녹기 시작하는 6월 중순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노랑 만병초가 시작을 알린다. 날개 하늘나리·금매화·하늘매 발톱·바이칼꿩의 다리·개불알꽃 등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들꽃들이 8월까지 피고 진다. 서쪽 산문(해발 1천5백m)에서 천지에 이르는 평원이 거대한 화원으로 변모한다.

옌볜(延邊)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에서 바이허(白河)를 거쳐 버스로 7시간을 달리면 백두산으로 들어가는 문이라 할 수 있는 서쪽산문에 도달한다. 여기서부터 좌우로 펼쳐진 드넓은 초원과 사스래 나무들이 뻗어 있는 원시림을 감상하며 1시간을 달리면 청석봉 아래 주차장에 도달한다. 주차장에서 천지까지는 대리석 계단이 잘 깔려 있어 어렵지 않게 천지를 감상할 수 있다. 이 때 천지를 뒤로 하고 내려다보는 초원지대는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관을 이룬다.

백두산 관광의 베이스캠프격인 옌지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룽징(龍井)에선 시인 윤동주와 문익환 목사가 함께 공부한 대성중학교와 '선구자'의 노랫말에 나오는 해란강·일송정을 둘러볼 수 있다.

옌지로 돌아오는 길에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국경을 맞댄 투먼(圖們)에서는 분단 조국의 슬픔을 이국 땅에서 느끼게 된다. 두만강 건너편의 북한 땅이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손을 대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생활하는 그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여행 쪽지

▶교통편=백두산 관광을 색다르게 하고 싶다면 갈 때는 비행기를, 올 때는 크루즈를 타는 여행 상품을 이용해보자.

스타 크루즈(www.starcruise.co.kr·02-752-8998)에서 4박5일(84만9천원)과 6박7일(1백4만9천원)짜리 두 가지 상품을 판매한다.

귀국 시에는 중국 다롄(大連)항에서 크루즈를 타고서 경기도 평택항으로 돌아온다. 배는 4백개의 객실과 함께 수영장·헬스클럽·조깅 코스와 카지노를 갖춰 바다 위의 호텔로 불리는 수퍼스타 제미나이호다. 17시간 동안 배를 탄다.

4박5일 상품의 경우 매주 수요일, 6박7일 상품은 매주 월요일 낮 12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한다. 항공기로 다롄에 도착해 다롄에서 옌지까지는 중국 국내 비행기로 이동한다. 옌지에서 지프를 타고 바이허를 거쳐 북쪽 코스를 이용해 천지까지 오른다. 돌아오는 길에 룽징과 투먼을 관광한다.

6박7일 상품에는 베이징(北京)관광이 추가된다.

▶먹을 거리=옌지에는 북한식당이 있다. 중국과 합작한 식당이어서 북한에서 파견된 복무원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북한식 식사에 곁들여 백두산 야생화보다 아름다운 복무원들의 '반갑습네다' 노래 한 구절과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다. 음식가격은 평양 온반·녹두 빈대떡·육회 등이 20~40원(약 3천~6천원), 동해 특산물 해물탕요리가 80원(약 1만2천원)이다.

백두산=글·사진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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