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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정부 공세 고삐죄는 전경련 국세청·공정위 잇따라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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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경제인연합회(www. fki.or.kr)가 안으로는 재계 결속을 다지면서 밖으론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세무조사가 오·남용되고 있다며 국세청을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를 정면 거론하기로 했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한편 전경련은 지난달에 이어 9월에도 회장단 골프 회동을 열기로 하는 등 재계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부쩍 노력하고 있다.

◇밖으론 대정부 공세=전경련은 그동안 공정거래정책을 비판하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공정위 조직 자체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지금까지 공정거래제도가 경쟁촉진이란 본연의 업무보다 경제력 집중 억제에 치우쳐 있다면서 공정거래정책은 경쟁촉진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책상 문제점을 주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조만간 내놓을 '정부 행정위원회의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경련은 공정위는 법원이 아닌데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법원 기능 철폐를 주장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공정위가 법원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면 법원처럼 ▶공정위 상임위원들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며▶공정거래위원장은 대통령 임명제에서 국회의 추천·인준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독립적인 조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제도 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은 지난 17일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선거자금 모금이나 의약분업제도 정착 등 여타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악용되거나 경기상황이나 정치 일정에 따라 세무조사를 중단하는 등 남용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국세청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 전경련은 22일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최종 협상 결렬에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 주5일 근무제는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 현안이었지만 노사간 합의가 안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전경련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사측 당사자인 한국경영자총협회보다 더 강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안으론 재계 결속 노력=전경련은 재계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은 올 들어 처음으로 지난달 구본무 LG회장이 주관해 경기도 곤지암에서 골프 모임을 연 데 이어 9월에도 회장단 골프 회동을 하기로 했다. 전경련 부회장인 두산 박용오 회장이 주관해 9월 14일 춘천에서 한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회장단 친목 도모를 위해 골프 모임을 자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제주 하계세미나 기간(24~27일) 중인 25일엔 전경련 부회장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회장단을 제주도 제동목장에 초대해 오찬을 한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손길승 SK회장·이웅렬 코오롱 회장·김윤 삼양사 부회장·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등이 참석한다.

전경련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요즘 재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경제단체 통폐합 논의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경련이 안팎으로 위상을 더 강화해야 통폐합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혼선을 야기했던 전경련과 경총의 통폐합론이 재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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