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새해특집] 국내경제 희망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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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닭띠 해가 밝았다.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있지만, 을유년(乙酉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밝은 편이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가 더 많다. 외부 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내부적으로도 위축된 경제심리가 쉽게 되살아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모두 한마음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길이다. 한국 경제가 올해 어떻게 나아갈지 시나리오별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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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5% 성장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5%로 내다보는 곳은 정부가 유일하다. 정부의 희망사항이자 목표치라고 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일자리 40만개를 만들기 위해 5% 경제성장을 목표로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한 분석을 통해 구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사업의 예산을 상반기에 80% 이상 풀 방침이다.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지난해의 경우 예상과 달리 내수침체가 더 심화하면서 우리 경제는 애초 계획했던 5% 경제성장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국제유가가 불안한 데다 환율도 변동성이 커 걱정이다. 수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내수회복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건설경기는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팎으로 악재투성이다. 그런데 이런 어두운 전망을 해소할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정부가 꺼낸 카드가 정부 예산을 상반기에 대폭 풀고, 하반기에는 예산이 풀린 만큼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종합투자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풀 예산 100조원은 올해 전체 주요 사업비 169조원의 59%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 푼 예산(87조5000억원.집행률 55%)보다 12조5000억원이나 많다. 특히 일자리 만들기용 예산을 상반기에 80%까지 풀 계획이다. 이 돈으로 정부는 벤처기업 지원, 서울 강북 재개발 사업, 신도시 추진 등의 사업을 일찍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상반기에 예산을 앞당겨 쓰면 하반기에 예산이 부족해진다. 정부는 이를 종합투자계획으로 메울 계획이다.

민간의 자본을 끌어들여 군인아파트, 국립대 기숙사, 노인복지시설 등에 투자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권도 팔아 6년간 5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이 돈을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에 쓴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올해 소비자물가가 3% 초반이 돼 2004년(3.6%)보다 안정될 것으로 본다. 실업률은 3%대 중반, 경상수지는 2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종윤 기자

*** 한은·KDI 4%대 성장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민간경제연구소 대부분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대로 전망했다.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인 셈이다. 특히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로 삼성경제연구소를 빼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4%대 성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지만 하반기부터는 내수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경기가 더 안 좋았지만 올해는 그 반대가 될 것이란 얘기다.

또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주춤하지만 10%대를 유지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엔 성장률이 3%대로 뚝 떨어지겠지만 하반기에 가면 내수가 살아나면서 4% 중반까지 성장해 연간으로는 4%대 성장을 달성하리란 시나리오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는 U자형이 될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

성장의 내용도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극심한 내수 침체 속에 수출이 홀로 경기를 부양했지만 올해는 수출이 주춤한 반면 내수가 살아날 것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이 효과가 일부 수출업체에 국한돼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나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엔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커지기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민간소비의 경우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올해는 1~2% 정도 성장하고 설비투자도 지난해 4%대에서 올해에는 5%대로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20%대에서 올해 10% 안팎으로 한풀 꺾일 전망이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6%에서 올해에는 3.7%로 둔화되는 데다 중국이 과열 경기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재정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또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국제유가의 상승세도 꺾일 것이란 전제가 붙었다.

4%대 성장 전망에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종합투자계획도 반영됐다. 총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집행되지만 올해 실제 지출되는 돈은 전체의 20%도 안 될 전망이어서 당장 올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정경민 기자

*** 민간연구소 3%대 성장론

올해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 곳은 삼성경제연구소(3.7%), LG경제연구원(3.8%) 등 민간 연구기관과 아시아개발은행(ADB.3.7%)과 같은 일부 국제기구다.

이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본다. 수출이 늘되 그 폭이 크게 줄고, 내수 회복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외여건도 크게 나빠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분석은 4%대 성장을 전망하는 기관의 분석과 비슷하다. 하지만 비관적으로 보는 강도가 더 세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은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국제유가와 환율 등 외부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3%대 초반이나 2%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올해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과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의 테러 위협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가 계속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점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안은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의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경기 과열을 우려해 지난해부터 연착륙을 위한 경기 조절에 나선 게 우리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도 성장률 하락의 주요인 중 하나다.

반면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만 그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가계부채가 여전히 많아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본다.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투자는 이미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며, 이의 회복이 쉽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만 6만5000가구에 이르고 있다. 설비투자도 수출 둔화에 따른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정보기술(IT)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IT 산업의 투자마저 그다지 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애초 예상했던 대폭의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들 기관은 내년에 시행될 종합투자계획이 우리 경제의 성장폭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종합투자계획이 잘 추진돼 고속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국민임대주택 건설과 같은 건설투자가 확대된다면 건설투자 증가율이 1~2%포인트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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