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끝났지만 상암동으로~ 놀이공원보다재미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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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가장자리를 만져보세요. 껄끄럽죠? 이게 바로 억새풀이에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하늘공원에서는 체험학습을 온 초등학생들에게 억새풀과 띠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생태가이드의 설명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지도와 메모장을 펼쳐들고 열심히 받아적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처럼 월드컵 공원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이면 10만~15만명이 찾고 평일에도 2만명 넘게 방문하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더위가 싹 가시는 평화의 공원

난지연못에 도착하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분수가 솟아오르길 기다리는 꼬마들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조금씩 물을 뿜는 분수가 곧 절정에 이르고 저멀리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따라 물살이 흩어지면 아이들은 "와!"하는 함성을 지른다. 연못가를 따라 나있는 산책로에서 흙길·돌길을 밟아볼 수 있는 것도 색다른 기쁨이다. 소나무 그늘 아래 부들과 수련이 떠있는 연못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어른들에게는 운치를 더해준다.

일부 방문객들이 나무바닥 사이에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담배꽁초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자기가 흘린 과자부스러기를 하나하나 주워 가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금세 마음이 밝아진다.

#재미있는 하늘공원

평화의 공원을 시작으로 하늘공원·난지천공원을 순회하는 셔틀버스는 공원전시관 앞에서 20분마다 출발한다.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꼬마 손님들과 함께 올라탄 버스가 언덕길을 올라 도착한 곳은 하늘공원.

버스가 공원 입구에 이르자 탁 트인 벌판에 솟아난 언덕은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그 너머로 뭉게 구름이 한가롭게 떠가고 풍력 발전기는 열심히 날개를 돌리고 있다. 걸리버여행기의 라퓨타처럼 마치 공원 전체가 풍차를 동력삼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하나의 섬같이 느껴진다.

허예찬(9·독산초등3년)군은 "집에서 못보던 곤충들과 꽃들을 볼 수 있어 다른 놀이동산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버스가 멈추자 달려나간 꼬마들이 억새풀 사이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이곳이 쓰레기산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불과 2개월 전에 공원으로 탈바꿈해 개망초나 개쉬땅나무 등 1백80여종의 귀화식물들이 무사히 정착한 것이 너무 신기하다. 더욱이 맹꽁이·살모사까지 발견돼 도시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화예약을 하면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석(32)씨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신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7월 말까지는 거의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문의전화는 02-304-0085.

#교통편을 늘려주세요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불만은 셔틀버스 부족 등 불편한 교통편이다. 공원 내 주차공간은 2천7백62면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 하루 평균 6천7백여대의 차량이 몰려들어 주말엔 공원주변 간선도로 까지 자동차가 점령한다. 또 셔틀버스의 경우 주말엔 승차를 위해 최고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용을 포기하기 일쑤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월드컵공원 내 전 주차장을 22일부터 유료화하는 한편 주차 단속요원과 견인차량을 상시대기하는 등 집중단속을 벌여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하철 6호선과 시내버스·마을버스를 합쳐 4개 노선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최소한 월드컵 기간처럼 시내버스 노선을 6개로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공원에서 만난 이한수(26·대학생)씨는 "지하철역에서 하늘공원·난지천공원까지 걸어가 봤는데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며 "운동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산책하러 온 바에야 편하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원관리사업소 지원과 이성택(42)주임은 "셔틀버스는 기본적으로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보조적 운송 수단이므로 일반인은 가급적 산책로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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