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지성축구센터 개관 앞두고 만난 ‘캡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당연히 브라질 월드컵도 뛰어야죠.”

축구 대표팀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에 의욕을 보였다. 지금처럼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14일 경기도 수원시 망포동에 위치한 박지성축구센터(JSFC)에서 그를 만났다. 남아공 월드컵이 마지막이라고 얘기해 왔던 그는 “마지막이라고 말한 건 4년 후 내 자신을 확신할 수 없어서였을 뿐이다. 내가 대표팀에 기여할 수 있다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후배들에게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얘기했다”며 “카타르에서 한국이 왜 아시아 최강인지를 보여주고 싶고 내 힘을 보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6강서 탈락 아쉬워 다른 경기 잘 안 봐”=귀국 후 월드컵 다른 경기를 꾸준히 지켜봤는지 물었다. 그는 “솔직히 90분 모두 본 경기는 하나도 없다. 하이라이트를 주로 본 것 같다”며 “시차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탈락한 마당이라 더 보기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아직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마치는 휘슬 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청용에게 내준 패스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루과이전 후반 중반 박지성의 패스로 이청용이 단독 기회를 잡았지만 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리더십. 부끄럽지만 내 성격에 맞게 했을 뿐”=박지성은 주장으로서 군림하지 않고 동료를 감싸 안는 수평 리더십으로 주목 받았다. 그는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다. 남다른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내가 생각해 왔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내 성격에 맞춰 해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들 중 주장 적임자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나를 잘 아는 선배님들도 내가 주장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거다. 어떤 후배들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롤모델로 성장한 원동력에 대해서는 “무척 운이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축구를 너무 좋아했고 즐겁게 했기 때문이었다”며 “힘든 순간이라도 스스로 이겨내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지성 저주요? 스페인 우승 맞혔는데요”=박지성은 요즘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가 우승 후보로 꼽은 아르헨티나·브라질·네덜란드가 잇따라 탈락하자 ‘펠레의 저주’에 빗대 누리꾼들이 ‘박지성의 저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박지성의 저주’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그는 “결승전 때는 아마 스페인이 우세할 거라고 얘기했다. 다만 친구가 많은 네덜란드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던 것뿐”이라고 답했다.

결혼 얘기를 물었더니 머리를 쥐어뜯으며 “정말 시간이 없다. 선을 봐야 하는데 내가 부담스럽기보다는 상대가 더 부담스러울까 봐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JSFC는 1만5658㎡ 부지에 인조잔디 2개 면과 실내축구장 등을 갖춰 24일 개관한다. 박지성은 “천연잔디 구장을 꾸렸어야 했는데 아직 흡족하지는 못하다”면서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많은 아이가 이곳에서 축구를 즐기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최원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