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場 누가 이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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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정보통신(IT) 주와 내수 주 중 어느 쪽이 하반기 증시를 주도할까. 당초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큰 IT업종의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IT업종은 경기회복 초기에 이익이 많이 늘어 주가도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주가 상승률을 보면 내수주가 앞서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주로 꼽히는 신세계가 14.7% 오른 것을 비롯해 삼양사(상승률 21%)·현대백화점(12.2%)·제일제당(11.9%) 등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IT주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에 삼성전자는 6.9% 올랐다. 전기전자업종도 8.5% 상승했다. 이는 종합주가지수 상승률(6.7%)보다 높은 것이다. 내수주가 약진하는 가운데 IT주도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현대투신증권 최정식 투자전략팀장은 "내수주가 더 오른 것은 환율급락으로 IT 기업들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더딜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이 내수주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많은 전문가는 국내 IT주의 선전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6.1% 떨어졌지만 한국 IT주는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IT주들을 사들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7월 1~11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1천86억원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삼성전기(순매수액 4백59억원)·LG전자(4백6억원) 등 대표 IT주들을 많이 사들였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외국증권사들이 기술주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IT주들을 순매수한 것은 뜻 밖"이라며 "국내 IT주들의 가격 메리트를 주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 기술주가 그동안 많이 떨어진 만큼 추가 하락 위험이 작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예컨대 미국 S&P500 지수의 반도체·통신업종 지수는 연초 이후 지난 11일까지 각각 41%,67%나 떨어졌다.

그러나 내수주가 주도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현대투신증권 최팀장은 "원화 강세·미 경기회복 지연 등 IT주를 둘러싼 주변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내수주가 하반기 증시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서동필 연구원은 "IT경기가 바닥을 벗어나 호황기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도 국내 소비가 탄탄한 만큼 실적이 좋은 내수 기업들을 공략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자 전략은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면 IT주,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하면 내수주를 공략하라고 말한다.

한화증권 조덕현 팀장은 "연말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내수주·IT주 여부를 가리지 말고 외국인과 기관이 주로 매매하는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업종 대표주를 사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종우 실장은 "8월까지 원화강세로 투자매력이 부각되는 내수주를 눈여겨보고, 9월 이후에는 IT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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