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인터넷판 "2004년 PC 바이러스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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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은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린 해."

영국의 BBC 인터넷판이 30일 올 한해를 결산하며 내린 결론이다. 올해 들어 확인된 컴퓨터 바이러스가 10만 종류를 넘어섰으며, 올해 등장한 신종 바이러스의 종류도 50% 이상 늘어났다.

BBC는 또 "올해 들어 바이러스와 해킹의 양상도 두드러지게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해킹을 하고 바이러스를 전파하던 청소년 해커나 정보자유를 주장하던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은 줄어들었다. 대신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디지털 사기형 바이러스와 해킹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영국의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업체인 소포스(www. sophos. com )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가장 극성을 부린 바이러스는 넷스카이(Netsky)-P. 지난 3월 소포스에 처음 신고된 넷스카이-P는 블록버스터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개봉에 맞춰 해리포터 컴퓨터 게임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에 따르면 넷스카이-P는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가장 피해신고가 많았던 바이러스다. 이어 자피(Zafi)-B가 2위, 새서(Sasser)가 3위를 차지했다. 4위부터 6위까지는 넷스카이 변형들이 휩쓸었다.

BBC가 지적한 사기형 바이러스로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메일을 통해 금융정보를 훔쳐가는 피싱(Phishing)이다. 지난 한 해 피싱용 메일이 500%나 늘었다. 피싱에 잘못 걸려 자신의 은행계좌에 있던 돈이 몽땅 사라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피싱의 경우 특히 영어권에서 심각하게 번졌다.

해커가 원격조종으로 남의 컴퓨터에 몰래 들어와 범죄용으로 사용하는 보트(Bot)도 극심해졌다. 지난 9월 보안업체인 지멘테크 발표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보트 컴퓨터가 하루 평균 3만대에 이른다.

휴대전화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한 것도 올해의 뉴스다. 과거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됐으나 지난 6월 확인됐다.

카비르(Cabir)라는 이름의 바이러스가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를 사용하는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

이어 11월에는 휴대전화의 기능을 저해하는 스컬스(Skulls)가 선보이는 등 신종 바이러스가 이어지고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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