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줄줄이 증자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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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앞으로 시중은행의 증자(增資)가 잇따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대해 자기자본비율을 6% 이상으로 맞추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 재무담당 임원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재무구조개선 적립금을 추가로 쌓고▶배당을 줄이며▶여건이 갖춰지면 증자를 추진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이 주주들의 압력에 굴복해 배당을 과다하게 하는 것을 막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므로 신축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차대조표상의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자기 자금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단순자기자본비율은 3월 말 현재 국민은행이 6.08%로 유일하게 금감원의 요구 수준을 맞추고 있다.

나머지 은행의 경우 3~5%대에 불과하다. 국내은행의 단순 자기자본비율(지난해 말 4.1%)은 미국의 상업은행 평균치(2001년 말 7.7%)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증자를 적극 추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배당도 상당기간 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자에만 의존하면 자산 규모가 50조원인 은행의 경우 단순 자기자본비율을 1%포인트 올리기 위해서는 자본을 5천억원이나 늘려야 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정상'인 기업여신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현행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나 채무재조정여신이나 부실여신뿐 아니라 정상여신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더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국인투자자 지분이 많은 은행은 금감원이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충분한 예고 기간을 거치지 않고 시행하는 것은 무리이고,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기도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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