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없다” 해명 역풍 … 아이폰 안테나 바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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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정보 잡지 ‘컨슈머리포트’가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4를 구매 추천 목록에서 제외했다. 컨슈머리포트는 12일(현지시간) ‘회사 소속 엔지니어들이 테스트한 결과 신호가 약한 지역에서 아이폰 왼쪽 하단부를 손으로 잡으면 통화가 힘들 정도로 수신 신호가 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아이폰3GS 등 애플의 종전 스마트폰은 아이폰4처럼 수신 신호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수신 강도가 소프트웨어(SW)상의 문제라는 애플의 설명이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지난달 하순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가 줄곧 제기되자 “수신강도를 나타내는 화면 상 안테나 바의 크기를 계산하는 공식(formula)이 잘못됐지만, SW를 업그레이드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아이폰4는 지난달 24일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일본 5개국에서 출시돼 사흘 만에 170만 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판매 초기부터 수신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부 소비자에 의해 제기됐다. 결함을 둘러싼 논란을 추적해 봤다.

#“구매자들이 알아서 개선”

아이폰4 판매 첫날, 사용자제작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는 “기기의 왼쪽 아래 부분을 손으로 감아 쥐면 수신감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잡스와 애플은 이에 대해 “수신상의 문제는 없다. 통화할 때 왼쪽 밑부분 모서리 부분을 피해 잡는 게 좋다”는 해결책을 권했다. 제품 자체에는 하자가 없으니 소비자들이 조심스럽게 쓰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자 사이버 공간이 요동쳤다. 잡스가 아이폰4의 중간 부분을 두 손가락만으로 살짝 쥔 모습을 패러디한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지난달 29일에는 애플이 판매점에 돌린 대응 방침이 언론에 공개돼 또 한번 시끄러웠다. ‘타사의 스마트폰도 특정 부위를 잡으면 신호감이 떨어진다. 무선통신기기라면 어쩔 수 없다’는 점을 항의 구매자들에게 설득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2일에는 아이폰4 기기 자체에 결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수신결함은 안테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신 전파의 강도를 표시하는 계산공식의 오류 때문이며, 새로운 SW를 업데이트하면 된다’는 요지였다. ‘원하면 구매 후 30일 이내에 환불해 주겠다’는 방침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는 심지어 제품에 하자가 없더라도 미국 내 유통되는 공산품이면 그렇게 해주도록 돼 있다.

#기기 결함 여부 규명 안 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사이트인 기즈모도 등은 SW만 개선한다고 수신결함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안테나의 배치를 다시 하든지 재료를 다르게 쓰든지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컨슈머리포트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결론을 내렸다. 아이폰4의 두께를 줄이려고 종전엔 단말기 안에 배치한 안테나를 단말기 테두리 형태로 변형한 것이 결함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게다가 기기를 쥐는 손에 가려서 생길 수 있는 통신장애를 막기 위한 절연 코팅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국내 대학 전자공학과 교수는 “휴대전화기의 안테나와 가까운 부분을 손으로 쥐면 인체의 전도성 때문에 통신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안테나가 아이폰4처럼 금속성 외부테두리 그 자체라면 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택 중앙연구소의 강명구 수석연구원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도 이런 문제점을 진작 알고 안테나를 휴대전화에 내장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순학 연구위원은 “이번 아이폰4의 결함은 하드웨어(HW) 제작 경험 부족에서 온 디자인 설계의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기 아이폰 모델이 해답의 열쇄”

애플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객관적인 공인 검증 절차가 없는 한 아이폰4의 수신불량 논란은 금세 결론 나기 힘들다. 우선 애플이 인정한 SW 결함을 개선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니면 내년 이맘때쯤 좀 더 확실한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순학 연구위원은 “애플은 1년에 한 번 아이폰의 새 모델을 내놓는 방침을 세운 만큼 아이폰 차기작의 안테나 구조가 어떻게 설계됐는지, 재질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보면 보면 기존 제품의 문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를 많이 바꿨다면 기존 제품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라는 이야기다.

손배배상소송 결과도 주목된다. 미국 내 구매자 2명이 연방법원에 “애플의 아이폰4 판매는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로펌들이 집단소송으로 키우려고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

아이폰4 일지

▶ 6월 7일 스티브 잡스 ,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아이폰4 신제품 공개 - 잡스 “좀 더 슬림한 디자인 위해 각종 안테나를 테두리에 배치”

▶ 6월 24일 미국 등 5개국에 동시 출시 후 일부 수신 불량 문제 대두 - 잡스 “기기를 그런 방식(단말기 아랫부 분을 손으로 감싸는 식)으로 쥐지 말라”

▶ 6월 27일 아이폰4 170만 대 판매 돌파

▶ 6월 29일 애플이 대리점에 “아이폰4 기기에 이상없다” 대응토록 한 지침 언론에 공개

▶ 6월 30일 미국 구매자 2명, 애플과 이동통신업체 AT&T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제기

▶ 7월 2일 애플 “수신 정도를 표시하는 공식(formula)에 문제” 일부 시인하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며 종전대로 기기 결함 부인

▶ 7월 12일 미 컨슈머리포트 “아이폰4 하드웨어의 결함”이라며 제품 추천에서 제외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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