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내각'총리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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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개각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4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가 거국 중립 내각을 요구할 때만 해도 청와대는 "떼밀려서 하는 개각을 어떻게 하느냐"는 반응이었으나, 5일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이 이런 흐름을 바꿨다.

그는 개각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대해 의견을 교환하거나 다수 의견을 듣는 수순까지는 안갔다"고 답했다.

金대통령이 개각을 비롯한 여러가지 민심 수습·국정 쇄신 조치를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한 말이다. 다만 金대통령의 '마지막 내각'의 성격에 걸맞은 후임 총리감을 직접 접촉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金대통령은 이미 6·13 지방선거 직후부터 민심 이반 현상을 수습하기 위해 대선 관리용 실무 내각을 7월 중 구성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거기다 6·29 서해교전 사태로 여론이 악화돼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개각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金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까지 시킨 민주당 천용택(千容宅)의원은 "김동신(金東信)국방부 장관의 해임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차일피일 개각을 미루다간 지난해 9월 임동원(林東源)당시 통일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같은 악몽을 또 한번 겪어야 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청와대에 있다.

金대통령은 개각 문제가 공론화된 마당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것 같다.

이한동(李漢東)총리의 교체는 그가 서해교전 희생자 장례식에 불참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붙어 있다. 하지만 8·8 재·보선을 전후해 예상되는 변화와 격동의 대선 정국에 李총리를 풀어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

李총리 후임으론 고건(高建)·이홍구(李洪九)전 총리가 유력하다. 그러나 高전총리 역시 대선 정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실무 총리'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홍구 전 총리도 중립 내각을 이끌 적임자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재계 출신의 모 원로 인사도 총리 후보군에 올라 있다.

결국 정치력과 행정력을 겸비하고 정치권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총리감을 물색하는 게 이번 개각의 성패를 좌우할 것 같다.

김동신 장관은 서해교전에서 전략적·기술적 문책 요인과 관계없이 국민 정서 관리 차원에서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8·8 재·보선에 출마하는 남궁진(南宮鎭)문화관광부 장관과 '중립 내각'을 강조하기 위해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 법무·행정자치부 장관의 후임은 해당 부처에서 성장한 관료 출신을 기용해 정치성 시비를 없앤다는 방침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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