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추가증자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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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G그룹이 29일 LG카드에 대한 출자한도를 2643억원으로 제시한 것은 채권단과의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LG그룹으로선 LG카드 사태의 근본 책임이 있기 때문에 채권단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LG 측이 부담할 수 있는 한도를 제시하면서 협상을 시작하자고 나선 것이다.

◆ LG그룹의 계산법=LG그룹이 이날 제시한 금액은 1800억~2643억원. LG카드 증자에 최대한도로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은 2643억원이란 얘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최근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6700억원보다 4057억원이나 작은 규모다.

이 차이에 대해 LG그룹은 "채권단의 일방적인 금액 제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산출한 객관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삼일회계법인 등 국내 유수의 회계.법률 회사에서 객관적으로 산출한 금액이라는 주장이다.

채권단과 LG그룹은 증자 필요 금액부터 다르게 잡고 있다. 딜로이트에 실사를 맡겼던 채권단은 1조2000억원을 주장하는 반면 LG그룹은 9283억원만 증자해도 LG카드의 상장 유지가 가능하다고 봤다. 양측의 금액 차이는 LG투자증권의 매각금액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에서 비롯된다.

LG투자증권 매각금액이 당초 예상가격보다 2717억원 부족한데, LG그룹은 이 부분을 채권단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증자 필요금액에 이 금액을 포함시키고 있다.

◆ 협상 본격화할 듯=채권단은 고민에 빠졌다. LG그룹이 채권단 생각보다 크게 낮은 금액을 내놓으면서도 나름대로 객관적인 근거를 대고 있기 때문에 채권단 주장만 내세우기 힘들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이 제시한 2399억원과 채권단이 요구 중인 6700억원 사이에서 금액 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현재로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물론 농협.국민.우리.기업은행 등이 모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올 초 정부가 강제로 LG카드를 채권단에 떠맡긴 이후 3조5000억원의 출자를 비롯해 1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의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만 협상의 길이 열렸기 때문에 LG카드가 당장 부도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채권단이 당초 계획했던 일정대로 증자가 이뤄지긴 힘들 전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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