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도발 비난 한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의 서해도발 사태를 접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자민련은 각각 긴급 당직자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각당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면서 이번 사태가 8·8 재·보선 등 정치에 미칠 파장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는 시내에서 오찬을 하다 사태 발생 사실을 보고받았다. 후보는 긴급 고위당직자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하고는 당사로 향했다. 오후 2시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후보는 사태가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는 날 발생한 것과 관련,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후보는 이규택(揆澤)원내총무에게 "국회를 즉각 소집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후보는 회의 도중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이 많이 걱정한다"며 "정부가 대응을 잘 해달라"고 요청했다. 후보는 29일 대구로 내려가 월드컵 한국-터키전을 관람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는 서해도발 소식을 접한 뒤 이날 저녁 전북 무주에서 열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당사로 가 긴급 당직자 회의를 주재했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광주시지부 개편대회에 참석했다 소식을 듣고 상경했다.

후보와 韓대표는 당 4역 및 16대 전반기 국회 국방위 소속 위원 등과 함께 저녁에 다시 대책회의를 열고 당사를 방문한 합동참모본부 김선홍 작전부장에게서 상황을 보고받았다.

후보는 "1999년과 달리 이번에는 피해가 컸는데 대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신당동 자택에서 부총재단 및 당5역과 긴급 구수회의를 했다. 金총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즉각 국회를 소집하도록 촉구하라고 지시했다.

◇국방위 간담회=국회는 29일 오후 김동신(金東信)국방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방위 간담회를 열고 교전사태에서 군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의원은 "이번 사태는 99년 연평해전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며 "군이 교전수칙대로 하지 않고 북한 봐주기식으로 대처해 북한의 간을 키워줬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창성(姜昌成)의원은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확전을 각오해야 한다. 전쟁 한번 해요. 한번만 똑바로 하면 안들어 온다"고 말했다가 민주당측이 만류하자 스스로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다.

송상훈·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