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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해도발] "돌아가라" 경고에 北 85㎜砲 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9일 남북 해군 간 서해교전은 북한군의 선제 기습 공격에 의해 일어났다.

이날 북한 해군 경비정은 오전부터 조업 중이던 북한 어선을 통제하다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당시 연평도 서북쪽 해상에는 북한 어선이 10여척과 20여척의 두개 선단으로 나뉘어 조업하고 있었다.

북한 서해함대사령부의 등산곶 전대에 소속된 SO-1급(2백12t) 경비정 두척이 오전 9시54분쯤 연평도 서쪽 14마일과 7마일 해상에서 NLL을 월선해 각각 3마일과 1.8마일을 침범했다.

이에 북한 경비정의 움직임을 감시 중이던 우리 해군 고속정(1백56t)이 두척씩 2개 편대로 나누어 즉각 출동해 북한 함정에 "귀함은 우리 NLL을 침범했으니 지금 즉시 북상해 주기 바란다"고 경고 방송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우리 고속정의 경고 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NLL 남쪽 해상에서 계속 기동했다.

북한 경비정이 돌아가지 않자 우리 고속정은 북한 경비정에 가까이 가 다시 경고 방송을 시도했다.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우리 고속정이 4백50m까지 근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구경 85㎜ 함포를 발사했다.북측은 SO-1급 경비정에 탑재된 14.5㎜, 37㎜, 85㎜ 함포 가운데 구경이 가장 커 파괴력이 높은 85㎜ 함포를 선택했다.

북한 경비정의 함포 공격은 우리 고속정의 지휘소인 함교와 조타실을 먼저 겨냥했고 이어 엔진 등이 위치한 기관실을 향해 포격했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적인 선제 공격으로 우리 고속정의 함교에서 지휘하던 정장 윤영하(尹永夏·해사 50기)대위 등 네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또 북한 경비정의 함포 사격으로 우리 고속정의 기관실이 파괴되면서 화재가 고속정 전체로 번졌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 사격이 있자 공격받지 않은 우리 고속정은 즉각 대응 사격에 들어갔다. 고속정에 탑재된 40㎜와 30㎜ 함포를 발사했다.

자동으로 표적을 조종해 사격하는 함포는 우리 고속정에 기습 사격을 한 북한 경비정에 적중했다. 북한경비정은 화염에 휩싸였다. 이어 남북한 함정은 해상 기동하면서 간헐적으로 사격, 25분간 교전이 계속됐다.

이어 연평도 서쪽 7마일 해상으로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교전 중인 해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으며, 이를 감시하던 우리 고속정 두척과 남쪽 해상에 대기 중이던 해군의 다른 고속정 두척과 초계함(1천2백t) 두척도 대응 사격에 가세했다. 또 충남 서산 상공에서는 초계 중이던 공군 KF-16 전투기 두대가 확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우리 해군 함정의 함포에 의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은 북한 경비정은 선수를 북으로 돌려 NLL 북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북한 경비정 두척은 북쪽으로 돌아가면서도 우리 고속정을 향해 함포를 쏘아댔으며, 오전 10시56분 NLL 북쪽으로 넘어가자 우리 측도 사격을 중지해 상황이 종료됐다. 피격된 북한 경비정은 NLL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기동력을 상실, 다른 경비정에 의해 예인됐다.

피격된 우리 고속정은 승조원들을 인접한 다른 고속정에 모두 옮겨 태운 뒤 예인되던 중 오전 11시38분쯤 침수가 심해 침몰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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