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빗발… 사연도 갖가지 '히딩크 넥타이' 계속 생산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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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죽음을 앞두고 남편에게 히딩크 감독의 넥타이를 마지막으로 선물하고 싶어요. 제가 없는 동안 남편을 지켜주게요."

지난 21일 '태극·팔괘 필승 염원, 히딩크 넥타이(사진)의 비밀'이란 제목의 기사(본지 6월 21일자 49면)를 읽은 임경순(38·여)씨는 넥타이를 만든 누브티스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임씨는 백혈병 투병중인 몸. 불통이던 전화를 붙잡고 다섯 시간을 매달릴 만큼 간절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울면서 수화기를 내려놨지만 넥타이는 이미 품절된 뒤. 신문이 나오기 전날 오후 미리 인터넷(www.joins.com)에 기사가 뜨자마자 주문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넥타이를 디자인한 이경순 대표는 다음날 회사 수위실에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 있던 샘플 넥타이를 겨우 찾아내 임씨의 병실로 찾아갔다. 임씨에게도 히딩크 넥타이는 행운의 부적이었다. 넥타이를 받고 나서 '막내동생과 골수가 맞아 수술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넥타이가 품절되자 구구절절한 사연이 이어졌다.

"일본에서 평생을 살다 한국으로 돌아와 90세를 눈앞에 둔 아버지가 넥타이를 받고 싶어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집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넥타이를 대문에 걸어놓겠다는 아낙, 실직한 아버지를 위해 넥타이를 사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李대표는 넥타이의 의미가 퇴색될까봐 무작정 찍어낼 수 없었다. 결국 "고관대작만 상대하냐"는 협박성 e-메일과 전화까지 왔다.

李대표는 고민 끝에 독일전 다음날이던 지난 26일 히딩크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다.

"Enjoy the game,enjoy the tie(월드컵 게임도 즐기고, 넥타이도 즐기자). 모든 사람이 행복하면 되는거다."

히딩크는 넥타이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맬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히딩크의 뜻을 받아들여 누브티스측에서는 히딩크 넥타이를 계속 만들기로 했다. 누브티스 홈페이지나 매장(www.nouveautes.co.kr·02-915-3533)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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