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승객 울린 지하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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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나는 지난 22일 아이들과 함께 전철을 타고 나들이를 다녀왔다. 일산 화정역에서 녹번역으로 되돌아오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녹번역에 도착해 두 줄로 서 내리는 도중 문이 닫혀 버렸다. 몇몇 아이들의 몸이 문틈에 끼였다. 옆에서 아저씨들 몇분이 문을 밀어주지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싫은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내리는 줄이 중간에 끊어졌다면 승객이 다 내린 줄 알고 기관사가 전철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끊임없이 내리고 있는데도 문을 닫았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혹시 기관사가 확인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쳐다봤다. 그런데 그는 승객들이 내리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보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나를 비롯한 주위의 여러 어른들은 깜짝 놀라 버럭 화를 내며 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전철은 아이들을 태운 채 문을 닫아버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우리 아이들은 홍제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깜짝 놀란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들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지하철을 이제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

박세은·서울 은평구 응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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