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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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결승전 진출이 좌절된 한을 3~4위전에서 풀겠다."

3위 자리를 놓고 2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 한국과 터키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인 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左))과 하산 샤슈(터키 갈라타사라이·(右))가 국가의 명예와 개인의 자존심을 걸고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인다.

26세로 동갑내기인 이들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이번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숨겼던 기량을 맘껏 뽐내며 위기 때마다 골을 기록, 팀을 구한 점이 우선 그렇다. 둘은 나란히 2골씩을 기록 중이다.

하산은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왼발 강슛을 그물에 꽂아 스타탄생을 알린 데 이어 중국전에서도 다시 골을 뽑아 터키가 16강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그는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서도 폭넓게 움직이며 현란한 개인기와 활발한 측면돌파로 경기를 주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무득점에 그친 31세의 노장 하칸쉬퀴르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안방에서 3위를 노리는 한국엔 경계 대상 1호임에 틀림없다.

안정환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그림 같은 헤딩 골든골을 뽑아내 세계 축구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앞서 미국과의 조별리그에서도 패색이 짙어가던 경기 종료 직전에 동점 헤딩골을 넣어 팀을 살려냈다.

둘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소속팀 주전 스트라이커로 발돋움한 것도 일치한다.

안정환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황선홍(일본 가시와)의 바통을 이어받게 됐으며, 하산은 대표선수로는 마지막인 하칸쉬퀴르(이탈리아 파르마)를 대신할 주전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둘은 체격조건과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키는 안정환(1백77㎝)이 하산보다 1㎝ 크지만 몸무게는 71㎏으로 같다.개인기를 이용해 상대 문전을 휘젓다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날리는 강력한 슈팅은 둘의 트레이드마크다.

안정환은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골을 넣지 못해 다소 구겨진 자존심을 터키전에서 회복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안정환에게 이번 터키전은 더 좋은 조건으로 빅리그에 진출할 시험대이기 때문에 모든 재능을 펼쳐보인다는 각오다.

이들 닮은꼴 스타 중 누가 승리의 깃발을 높이 올리고 유종의 미를 거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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