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푸껫 신혼의 꿈' 해일이 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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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푸껫의 피피섬에서 7명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을 목격한 이정민씨 부부가 28일 오전 귀국해 부상한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김상선 기자

"신혼여행에 웬 날벼락인지…."

태국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갔던 부부 두쌍이 해일이 일어났던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째 연락이 끊겨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25일 결혼식을 올린 경북 구미시의 조모(28).이모(25.여)씨와 부산의 이모(31).허모(31.여)씨 부부 가족은 "살아만 있어 달라"고 울먹였다.

◆ "해일 직전 집에 전화"=구미의 조씨 부부는 해일이 일어나기 직전인 26일 오전 4시쯤 신혼 여행지인 태국 푸껫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잘 도착했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로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이날 아침 푸껫의 해일 소식을 접한 이들의 부모는 27일 밤 현지로 떠났다.

조씨 부부의 여행을 알선한 부산시 중구 중앙동 M여행사 관계자는 28일 "푸껫에서 차량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카오락 지역의 한 건물에서 한국 여성의 시신을 발견, 부인 이씨의 가족들에게 확인시킨 결과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으나 목걸이와 반지는 이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신은 현재 카오락 인근 사원에 안치 중이며 다시 확인 작업을 거쳐 이씨인 것으로 확인되면 국내로 운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주위의 소개로 만나 구미에 아파트를 마련해놓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조씨는 반도체 회사의 연구원이며, 이씨는 유치원 교사다.

◆ "알뜰했던 부부"=구미의 조씨 부부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산의 이씨 부부도 사흘째 소식이 끊긴 상태다.

카오락의 한 리조트로 4박5일간의 신혼여행을 떠난 뒤 소식이 없어 양가 부모와 친척이 현지에 가 이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신부인 허씨의 부산 집은 문이 닫혀 있었고 인근에 사는 오빠(33) 집에는 올케(30)와 조카만이 태국에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케는 "어제 태국으로 간 남편으로부터 '푸껫의 상황이 너무 안 좋다'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최근 중매로 만나 결혼했으며 신랑은 학원을 운영하고 신부는 SK텔레콤에서 일하면서 부모의 도움 없이 결혼자금을 마련할 정도로 알뜰하게 생활해 왔다.

대구=홍권삼 기자, 부산=정용백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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