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예상된 금리 인상 … 공격적 추가 조치는 자제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 반 만에 한국은행 기준금리(金利)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기준금리 2%의 초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통화 당국이 미리 손을 쓴 것이다. 우리는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주문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도 꾸준히 금리 인상을 촉구했다. 누구도 금리 인상의 시기만 남았을 뿐 방향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경제 환경을 살펴봐도 더 이상 초저금리를 고집하기 어렵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한은 전망치(2.5%)를 넘어 3%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6%를 넘볼 만큼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부문이 활력을 띠면서 소비·설비투자·고용이 일제히 되살아나고 있다. 가계 대출이 최근 두 달 사이에 7조원 가까이 늘어난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초저금리가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지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을 미룰 이유를 찾기 어렵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가계와 기업, 부동산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시중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1조2500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 역시 1조원 이상의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거래 실종’에 신음하는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실물경제 수준에 맞게 금리를 정상화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상 금리 정책 방향은 어느 정도 결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각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제의 금리 인상은 소폭에 그쳤고 시장이 충분히 예상한 시점에서 이뤄졌다. 주식과 채권 시장에 별다른 충격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긴축(緊縮) 기조를 논하기엔 이르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번 금리 인상이 통화 정책의 기조가 완화에서 긴축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이다. 물론 금리 인상에 시동이 걸린 만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과잉(過剩) 반응은 금물이다. 물가 움직임이 불안해도 아직은 심각한 인플레이션 징후가 없다. 한은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시장의 부담은 피할 수 없겠지만 충격까지 줄 필요는 없다. 연속적인 금리 인상은 피하면서 금리를 단속적으로 올려 가계와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금리 인상은 인플레와 가계 대출에 제동을 걸면서, 동시에 상환 부담도 키우는 양날의 칼이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이중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은 데다 국내에는 부동산 가격 문제도 남아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한은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폭은 제한되고 속도는 매우 완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