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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피부로 정자 생산 ♂은 이제 꺼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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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만토바에서 발굴돼 ‘5000년간의 포옹’으로 불리는 남녀의 유골.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번식만을 위해서라면 남자와 여자가 모두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월간중앙단순히 섹스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여자에게 반드시 남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이용 가능한 현실이 너무나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남자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다. 그러니 왜 남자가 필요하겠는가. 인공정자를 통해 임신하고 자손을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남성의 종말을 예견하는 학자가 많아지고 있다.

남성의 종말! 으스스한 이야기다. 왜 흔히 듣던 인류의 종말이 아니라 유독 남성의 종말인가? 왜 여성의 종말은 아닌가? 고대 그리스의 전설에 나오는 아마존 시대라도 온다는 말인가?

원초적이면서도 큰 질문을 해보자. 남자와 여자는 왜 만나는가? 그리고 왜 서로 몸을 나누는가? 사랑, 그리고 섹스를 통해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희열만을 위해 섹스를 하는가? 아니다. 그 희열을 통해 궁극적 목표인 2세를 양산하려고 섹스를 한다. 사람은 사랑 속에서 희열을 느끼고, 희열 속에서 자손을 원한다. 종족 유지는 모든 생명체의 최상 과제이자 본능이다.

때문에 아무리 상대방이 섹시하게 생겼다 해도, 그리고 2세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해도 남자의 경우 무정자증, 여자의 경우 불임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면 결코 상쾌하지 않을 것이다. 섹스를 할 맛도 사라질 것이다. 전문적인 바람잡이 남자와 여자에게는 축복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르가슴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다. 섹스 속의 환희는 자손 번식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큰 질문을 해보자. 유사 이래 여자가 남자에게 예속된 채 살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이라는 정글의 법칙 때문이다. 남자는 힘이 세다. 여자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남자의 지배가 가능했다.

현대적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은 남자다. 집에 못이라도 박아야 하고, 전등이라도 갈아 끼우려면 남자가 필요하다. 남자가 그런 일을 맡는다. 남자가 늙고 힘이 떨어지면 여자에게 구박을 받는다는 말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을 것이다. 다시 좀 유식한 차원으로 돌아와 보자.

정말 여자가 남자에게 예속당하는 것이 과연 육체적 힘이 없어서인가? 그래서 남자에게 기대는가? 생물학적 차원에서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남자는 씨를 뿌린다. 그 씨를 거둬들이는 것은 밭인 여자다. 다시 말해 여자는 진화와 종족보전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 때문에 씨를 받기 위해 남자에게 예속되는 것이다.

섹스는 일차적으로 즐기기 위한 유희다. 그러나 근본 목적은 2세 양산이다. 그런데 남자의 그 대단한 씨를 남자와의 육체적 관계가 아니라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면 과연 여자는 남자를 필요로 할까? 여자에게 남자가 필요 없다면 이는 곧 남자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잘생긴 할리우드의 남자배우나 건장하고 섹시한 아메리칸풋볼 선수의 냉동정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같은 후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피부 세포로 정자 생산 가능

쉽게 말하자. 당신이 만약 여자라면 당신의 피부에서 추출한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만들어 남자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생물학적으로 여자인 당신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냉동정자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여자가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유전자를 통해 ‘자신의 정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 이 정도라면 여자에게 남자가 왜 필요하겠는가? 짧은 시간의 극적인 섹스의 흥분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단순히 섹스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여자에게 반드시 남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이용 가능한 현실이 너무나 많다. 남자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즐비하다.

그러니 왜 남자가 필요하겠는가? 인공정자를 통해 임신하고 자손을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남성의 종말을 예견하는 학자가 많아지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과학면에서 보도한 내용을 잠시 들어보자.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의 레니 레이조 페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IVF·In Vitro Fertilization) 치료 후 남은 여분의 인간 배아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원시상태의(primitive)’ 정자와 난자 세포를 만들어냈다.

강조할 부분은 ‘원시상태’라는 데 있다. 이는 연구진이 만들어낸 세포가 정상적으로 수정에 관여할 수 있는 성숙한 정자와 난자처럼 완벽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세포는 더욱 발달해야 최종적으로 정자와 난자로 자랄 수 있다. 과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미숙한 세포인 ‘생식세포(sperm cells)’다. 물론 연구진은 순수한 동기에서 이러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생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정자와 난자의 형성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물학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이 이룩한 이러한 과학적 정보와 기술을 이용한다면 결국 소위 ‘시험관 생식세포(in vitro-derived gametes)’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설명하자면 ‘인조 정자와 난자(synthetic sperm and egg)’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과학적 업적은 자신만의 생식세포를 생성해내지 못하는, 다시 말해 가임 능력이 없는 남성과 여성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조 생식세포’로 인해 불행한 사람에게 생물학적 자식의 부모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얻은 기본적인 과학적 정보들은 인간의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줄 것이다. 또한 남녀의 불임에 대한 새로운 치료기법을 만들어내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정자증(azoospermia)은 정액을 검사했을 때 정자가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의 1%에서 발견되며 불임남성의 10~15%에서 발견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르면 정자 농도가 20×106/ml 이상이 돼야 정상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 이하인 경우 감정자증(spermatozoa)으로 정의한다. 남은 IVF 배아로부터 정자와 난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곧 시험관 내에서 인조 생식세포를 생성해내는 일이 실행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불임인 사람의 피부 세포로부터 추출해 복제한 인간배아에도 똑같은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꼭 IVF 배아가 아니라 피부 세포 한 조각이면 생식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불임남성들이 자신의 정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불임여성의 경우 역시 자신의 난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남성이 난자를 생성할 수 있고, 여성은 정자를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동성 커플의 자녀도 각각의 게이 부모로부터 똑같이 유전형질을 물려받을 수 있다. 생물학적 자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의 생식세포는 인간 배아의 초기 상태에서 발달을 시작한다. 청소년기, 심지어 출생보다 훨씬 전이다.

과학적 내용이어서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연구팀의 내용을 좀 더 소개해보자. 레이조 페라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IVF 배아세포들 가운데 앞으로 생식세포가 될 세포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정자와 난자를 만들도록 예정된 배아세포 내에서만 발현되는 초록형광표지유전자(green fluorescent marker gene)의 도움으로 이 생식세포가 될 운명을 가진 배아세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이자면 정자가 될지 난자가 될지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페라 교수 연구팀은 생식세포의 발달에 관여한다고 생각되는 약간의 유전자를 조작해 생식세포가 난자나 정자 세포로 성숙하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유전자를 발견했다. 바로 DAZ, DAZL, 그리고 BOULE라고 이름 붙인 유전자다. 연구진은 우선 DAZL 유전자가 배아줄기세포를 생식세포로 변형시키는 데 필요한 유전자라는 것을 알아냈다.

나머지 두 유전자는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감수분열(meiosis)로 알려진 세포분열과 같이 후기 발달 단계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감수분열로부터 성숙한 정자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난자 세포들은 불완전한 감수분열로 성숙이 덜 된 단계였다.

감수분열이 무엇이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정상적으로 세포가 두 개로 분열할 때 그들은 각각의 ‘딸’ 세포에 같은 수의 염색체를 남긴다. 그러나 정자와 난자의 독특한 특징은 그들의 염색체 수가 반이라는 것이다(인간은 23개).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생식세포가 수정 과정에서 합쳐질 때 수정된 난자의 염색체는 인간에서는 46개인 정상적인 수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선의 달 착륙 장면처럼 보이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


“남자는 필요 없다” 외치는 여성

다시 말해 감수분열은 ‘모세포’의 염색체 수가 반으로 분열하도록 해주는 세포분열의 한 형태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합성 생식세포를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감수세포 분열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합성된 정자와 난자가 각각 23개의 염색체만 갖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것이 심근이나 뇌세포와 같은 다른 특수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이유다.

“우리의 목표는 난자와 정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번식·발달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지만, 이번 연구로 그 발달과정을 조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불임부부를 돕는 것입니다. 10~15%의 부부가 불임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연구와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논평을 종합하자면 자신의 유전자가 담겨 있는 인공정자를 만들어내는 일은 수월하다. 앞으로 5년만 주어진다면 말이다. 그러나 인공난자는 어려움이 상당히 많다는 내용이다. 사실 쥐를 실험한 다른 연구에서도 인공정자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러나 인공난자를 만들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하자면 영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현재 IVF 치료에서 합성생식세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안전성이 확보되고, 또는 적어도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정자와 난자 정도로 안전하다면 남성과 여성의 불임을 치료하는 데 그들의 사용을 반대하는 집단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동성 커플이 그들만의 생물학적 자손을 갖기 위해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인디펜던트>는 이러한 인공정자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찬성 의견 : 이것은 불임부부에게 아이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준다. 비록 과학자들이 정자와 난자를 실질적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불임에 대한 이해는 진전될 것이다.

언젠가 동성 커플에게 그들만의 생물학적 자손을 만들도록 해줄 것이다. 반대 의견 : 이 연구는 인간 배아를 다루는 연구에 기초하며 비윤리적이다. 이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환영하지 않을 미래의 발견들로 이끌 것이다. 이것은 자연을 어설프게 손보는 것이며, 어느 경우든 세계는 이미 인간의 과밀화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자연의 이치를 연구하는 순수과학인 물리학에서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이 나왔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현미경을 통해 보는 아름다운 모습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생물학이 바이오 테러에 원천적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을 안다. 과학은 그야말로 인간이 다루기 나름이다.

인공정자가 우리에게 축복인지 재앙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인간이다. 어쨌든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남자의 정자인 벌레를 만드는 일은 쉽다. 그렇다면 남자의 종말이 오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남자의 필요성이 사라지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남자임을 으스대면서 그저 지배하려고 화만 버럭버럭 내는 남자를 어느 여성이 받아들이겠는가. 여성들은 이렇게 외치게 될 것이다.

“남자는 필요 없다. 오직 내 피가 섞인 정자만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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