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신 수비수 최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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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파하는 데 숨은 공신은 수비수 최진철(31·전북)이었다.

상대 공격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정확한 위치선정으로 잇따라 볼을 걷어냈다. 한국선수 중 최장신인 최진철은 1m87㎝의 큰 키를 이용, 미드필드에서 날아오는 스페인의 공중패스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스페인의 호아킨과 발레론이 양 측면에서 쉴새없이 문전으로 긴 패스를 올렸지만 그의 머리가 항상 앞섰다.

코너킥 등 공격 때는 페르난도 이에로·앙헬 나달(이상 1m87㎝) 등 스페인의 장신 수비수 사이에서 돌고래처럼 뛰어올라 날카로운 헤딩슛도 날렸다.

최진철은 지난 18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도 강한 투지로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꽁꽁 묶는 등 이번 월드컵에서 발군의 수비로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세번째 도전 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최진철은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남몰래 그가 흘린 눈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3년과 97년에 두차례 대표선수에 발탁됐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시간은 두차례를 합쳐 고작 3분에 불과했다. 미국 월드컵을 앞둔 93년에는 훈련 중 발목 부상으로 아예 뛸 수도 없었고, 프랑스 월드컵 직전인 97년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는 경기 종료 3분 전에 교체투입된 것이 전부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눈에는 최진철이 보배였다.체격이 좋은데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강한 체력이 히딩크 감독의 눈에 띄었다.

최진철은 제주 오현고 시절 큰 키 덕분에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그러나 숭실대에 진학한 뒤에는 발이 빠르지 않다는 이유로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다 프로축구 전북에 입단한 뒤 다시 공격수로 전향했고,6년 동안 23골을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자평하지만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히딩크 감독의 눈에는 그만한 선수가 없었다.

지난해 9월 대표선수에 발탁된 뒤에는 오른쪽 수비수로 뛰며 홍명보·김태영과 함께 30대 수비수 3인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5게임에 모두 교체없이 뛰었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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