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들 "한국 소비자 입맛에 딱 맞게" '맞춤'으로 시장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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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에 요즘 글로벌 본사로부터 '특명'이 떨어졌다.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겨냥해 맞춤 상품을 개발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생산기지를 한국에 둔 업체들은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R&D)팀을 만들거나 연구팀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그동안 제품 개발·마케팅에서 '글로벌 표준'을 고집했던 외국 기업들도 토종 브랜드 출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한국 시장 연구팀 뜬다=한국쓰리엠은 2005년까지 1백20억원을 투입해 50명의 연구 인력을 가진 아시아 디스플레이 기술 센터를 한국에 두기로 했다.

이 센터는 LCD나 PDP 등 각종 디스플레이 기기에 사용되는 첨단 재료를 개발·연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쓰리엠 이주원 기술연구소 이사는 "한국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어 연구소를 이곳에 설립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음성 데이터 통합 솔루션 업체인 어바이어 코리아는 지난 3월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새 사무실에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의 '고객 데모 센터(Executive Briefing Centre)'를 설치했다. 유니레버코리아 연구개발팀은 독자 연구로 '도브 크림 샴푸'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제품 개발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한국인의 소비 패턴과 취향 연구에 매달렸다.

유니레버 관계자는 "도브 크림 샴푸는 본사 글로벌 연구소의 도움 없이 지역 법인에서 개발한 제품 중 최대의 히트작"이라며 "이 제품의 성공으로 1999년 6명에 불과했던 대전 R&D 연구소 인력이 현재 25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표준도 한국에선 예외=코카콜라는 최근 10~20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탄산음료인 '블루 스프라이트'를 전세계에 출시하면서 한국에서만 첨가색으로 파란색을 택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팔리는 이 음료의 색깔은 모두 초록색이다.

이 제품은 한국인의 음료수 취향과 포장 디자인까지 분석,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내놓은 첫번째 맞춤 음료다. 이를 위해 한국코카콜라는 시장 조사와 소비자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네명으로 구성된 신제품 개발팀을 따로 만들었다.

이 회사 마케팅부 박준호 부장은 "그동안 코카콜라는 신제품을 2백여 국가에 동시 출시하면서 비슷한 형태의 마케팅을 펼쳤지만 '블루 스프라이트'를 한국 시장에 내놓으면서 광고는 물론 시음회나 프로모션 등을 한국 지사가 자체적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영국계 탈모 관리 전문 회사인 스벤슨코리아는 서울 소공 센터와 강남 센터에 남녀 고개들의 서비스 공간을 완전 분리시켜 별도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세계 지사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여성과 남성이 같은 공간에서 모발 관리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김숙자 사장은 "최근 여성 탈모 고객의 비율이 45%대로 높아지는 등 여성이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여성들의 요구를 반영해 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서울 인사동에 처음으로 한국형 매장을 선보였다. 현대적인 스타일의 매장을 고집하던 이 회사도 전통과 문화의 거리인 서울 인사동에 진출하면서 한국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스타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우선 영문 간판(STARBUCKS)도 한글인 '스타벅스'로 바꿔달았다.

영국·스위스·일본·중국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운영 중인 4천6백여개의 스타벅스 점포 중 한글로 간판을 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점포 모양도 기와 무늬를 넣는 등 전통 한옥 양식을 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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