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내년 말께 청계천 복원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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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명박(李明博)서울시장 당선자는 "선거 기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서민들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꼈다"며 "4년 동안 확실하게 '서민을 위한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사무실에 내걸린 당선 플래카드도 '전문경영인(CEO)출신 시장'이 아니라 '풀빵장수 출신이 서울 시장이 되다'였다. 李당선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김밥과 풀빵을 구워 팔며 고학을 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李당선자는 14일 당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강남북 균형개발이 최대 현안"이라며 "강북지역의 도시계획을 재검토해 상업지역을 크게 늘리고 교육의 질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의 청사진과 공약에 대해서는 꼼꼼한 부분까지 설명했으나 정치적인 질문에는 짧게 대답했다. 李당선자는 "고건(高建)시장의 정책 가운데 좋은 것은 계승하겠다. 그러나 포장만 그럴싸한 정책은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선을 그었다.

-당선을 축하합니다. 선거과정에서 특별히 느낀 점은 없습니까.

"강북사람들의 소외감이 대단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강북에 자립형 사립고를 우선 유치하고 유명 입시학원도 유도할 생각입니다. 강북의 자립형 사립고 학생이 학비가 부족하면 시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북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관악·구로·양천구도 팔을 걷어붙이고 개발해야 할 곳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묶어놓았던 강북과 이들 지역의 도시계획을 재검토해 상업지역도 풀 것은 풀어야겠고, 시가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전폭 지원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후보에게서 당선 축하 전화는 받았습니까.

"高시장은 축하 화분을 전해왔고 金후보는 '최종 결과까지 기다리겠다'고 해서 새벽 2시까지 기다렸는데 결론이 안나서 그냥 잤습니다."

-예상보다 표 차이가 많이 났는데요.

"그동안 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정책 대결에서 이긴 것 같고, 반DJ 바람에 따른 반사이익도 한몫 한 것은 사실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젊은 김후보가 공박해올 때 곤혹스럽지 않았습니까.

"저도 그 나이에 사장을 했고 공인끼리의 대결이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지나친 인신공격과 비난광고로 가슴 아팠던 순간도 있었지만 전국에서 손꼽히는 정책 대결 선거를 치렀다는 데 만족합니다."

-시장은 물론 시의회·구청장까지 한나라당이 휩쓸어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났고 오히려 (의회·구청장과 손발이 잘 맞아) 행정이 능률적으로 될 것입니다. 요즘은 시민단체와 NGO(비정부기구)가 기획·집행과 행정 결과까지 모두 감시하는 견제세력입니다."

-청계천은 정말 복원됩니까.

"(李당선자는 종이에 그림까지 그리면서 10분동안 자세히 설명했다) 취임 직후 전문가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진단부터 하겠습니다. 교통영향 등을 따진 뒤 1년 반에서 2년 후 확실히 공사에 들어갑니다."

-손학규 경기지사 당선자가 24시간 전철 운행을 밝혔는데요.

"저하고 상의하지 않은 내용이고, 24시간 운행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지금보다 지하철을 1시간 연장 운행하는 방안은 검토하겠습니다. 앞으로 인접지역인 경기지사·인천시장과 자주 만나 공동 현안을 논의할 생각입니다."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등장해 차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관훈토론회 때 '서울시장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겠다'고 한 것은 여전히 유효합니까.

"서울시장 4년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십시오."

-국민회의와 민주당 출신 조순·고건시장에 이어 8년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 서울시가 확 바뀌는게 아닙니까.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인사를 하겠습니다. 현대건설에서 일할 때도 부사장 4명 중 3명이 호남 출신이었어요. 전라도·경상도 등 지역을 감안한 인사는 하지 않고 지역 감정도 의식하지 않겠습니다. 상대방 후보가 선거 직전 예비 부시장을 발표하면서 호남·영남 출신 인사를 안배했다고 했는데 그건 3金식 사고입니다. 장관 인사는 정치적이겠지만 부시장을 포함한 서울시 인사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능력 위주로 할 것입니다."

-부시장단과 서울시 고위간부 배치는 어떻게 됩니까.

"정무부시장은 외부에서 충원하겠지만 행정 1·2부시장은 가능하면 현직 위주로 내부에서 발탁할 계획입니다. 아마 현재 서울시의 1급 공무원 가운데 행정 1·2부시장이 나올 것입니다."

-예전의 아픈 경험 때문에 이번 선거 비용에 조심했을 텐데요.

"이번에는 돈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지구당 위원장들이 '술 한번 안먹고 선거하는 건 처음'이라고 불평했다는데 선거법을 위반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런 불만을 듣는 게 낫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개포지역 재건축 용적률을 2백%로 결정했는데 李당선자가 재검토할 수 있습니까.

"도시 전체 기능을 살리기 위해 高시장이 '지구단위 계획'을 도입한 것은 앞선 정책입니다. 그러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된 개포동의 용적률 2백%는 고수하면서 재개발 지역에는 유연성 있게 적용해 주택난을 덜어줄 생각입니다."

-高시장 정책을 이어갈 건지요.

"추모공원 건설을 비롯해 법적인 요건을 갖춘 정책을 다시 뒤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포장만 그럴싸한 정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미국 대사관 신축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중앙 정부가 미 대사관 건물을 지으려고 법까지 바꾸기는 힘들 겁니다. 법 개정은 물론 조례 바꾸기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대중교통의 경우 급행 지하철 운행과 격역제는 언제 할 것입니까.

"즉시 시행할 겁니다. 우선 시 외곽에서 들어오는 지하철부터 격역제를 적용할 생각입니다. 한 구간 가려고 지하철 타는 사람들은 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죠."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무리한 공약이라는 지적인데요.

"서울시가 수지타산이 안맞는다는 이유로 없앤 노선을 부활시킬 겁니다. 지하철도 없는 곳에 버스까지 없애면 안됩니다. 다만 지하철-버스 환승료를 내리고 버스 카드 이용률을 높여 시내버스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시예산 1조원 절감이란 공약을 실현할 자신이 있습니까.

"선거토론회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인데 분명히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을 줄이고 꼭 필요한 사업을 미루면서 절감하지는 않겠습니다. 불요불급한 사업에 지출되는 돈만 줄여도 충분히 1조원은 절약할 수 있습니다."

-시장 월급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영빈관도 따로 필요 없을 것 같고 시장 관저의 보수·유지비용이 많이 들면 관저에 들어가지 않고 지금 집에서 출퇴근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선거유세에서 밝힌 '서민 시장'을 반드시 몸으로 실천하겠습니다."

이철호·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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