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美영사관에 자폭 테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카라치·이슬라마바드 AFP=연합] 파키스탄의 옛 수도인 카라치 주재 미국 영사관 외곽에서 14일 대규모 폭발이 발생, 8명이 숨지고 45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타리크 자밀 카라치 경찰국장은 사건과 관련, "차량 폭발이다. 폭발력은 폭탄 차량 잔해가 반대편 길로 날아갈 정도로 강력했다"면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자살 폭탄범과 행인·파키스탄 경찰관 등이며 부상자 가운데 26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폭탄은 스즈키 밴으로 보이는 흰색 차량에 숨겨져 있었으며 이 차량은 이날 오전 11시8분쯤(현지시간) 영사관 남쪽 경찰 초소로 돌진하면서 폭발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차량이 영사관을 끼고 돌면서 커다란 폭발이 나면서 산산조각 났다고 전했다.

폭발로 영사관 벽과 도로에 큰 구멍이 생겼고 인근 상점과 차량의 유리창이 박살났으며 18대의 차량에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 당국은 가장 최근 발생한 두 차례의 자살 폭탄 공격은 알 카에다의 소행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3일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 대결 위기를 넘긴 것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양국 간의 카슈미르 국경 분쟁 중재를 위해 뉴델리와 이슬라마바드를 차례로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오른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양국 지도자들이 핵 보유 국가로서 책임에 걸맞게 자신들의 문제를 다뤄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러나 "양국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장 완화를 위한 추진력을 유지하는 데 애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현 시점에서 이뤄져야 할 가장 손쉬운 일 중 하나는 자위 차원에서 취해지는 포격은 온당한 것이라는 점을 양측이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는 전날 밤 카슈미르에서 양국 간에 포격전이 벌어져 5명이 숨지는 등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