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고향” … “숙소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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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정부 대전청사에 있는 산림청 산림휴양등산과 사무실에 전라북도와 남원시 공무원 5명이 방문했다. 이들은 20여 분 동안 허경태 산림이용국장에게 산악박물관이 남원에 들어서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산악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신청서를 낸 뒤 산림청을 방문한 공무원들은 전북도뿐만이 아니다.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전국에서 70∼80명의 공무원이 산림청을 찾았다. 전화는 지금도 하루에 수십 통씩 걸려온다.

산악박물관은 산림청이 등산 관련 사료를 발굴·보존·전시하면서 산악 학습장과 체험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175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5000㎡ 규모로 지을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부지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산림청이 5월 1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산림청을 대상으로 산악박물관 건립 부지를 공모한 결과 13개 기관이 유치를 신청했다. 육건수 산림청 산림휴양등산과 담당은 “웰빙 바람으로 산과 숲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자치단체장들이 저마다 자기 지역으로 산악박물관을 끌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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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들은 박물관이 들어서면 연간 수백만 명의 산악인이 찾게 됨으로써 민박집·음식점 등이 활성화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일 취임한 뒤 첫 번째 국책사업을 따오는 성과를 내면 본인과 지역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에 의욕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허경태 국장은 “ 산악박물관을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우리나라 등산의 메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됨으로써 지역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군은 지리산 주변을, 대전시 중구는 보문산을, 충남 홍성군은 용봉산을 앞세워 유치에 전력하고 있다. 남원시는 박물관 유치 예정지인 운봉면이 북쪽으로는 대전∼통영고속도로와 88고속도로로 이어지고, 남쪽으로 88고속도로가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강조한다. 히말리아 14좌 등반에 성공한 오은선씨의 고향이 남원이라는 점과 산림청이 전남북, 경남 3개 도에 걸쳐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300㎞의 지리산 둘레길 시발점이 남원이라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윤승호 남원시장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등 산림 인프라가 풍부한 남원에 산악박물관이 들어서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군은 산악박물관을 유치할 경우 직원들의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태백시는 1000m 이상 고지가 16개 있는 ‘민족의 산’ 태백산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은 입지 조건으로 박물관으로서의 상징성, 풍부한 주변 자원, 접근성, 이용자 편의성, 부지 확보 방안 등을 평가해 후보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서형식·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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