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전문기자.경실련 광역단체장공약검증>14.대전시장:'舊도심 활성화'경제성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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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동화(空洞化)가 우려되는 구도심, 쇠락하는 재래시장, 늦어지는 지하철 개통, 마르고 오염되는 3대 하천-. 염홍철·김헌태·정하용 후보 등이 '대전의 고질병'을 부각시키지만 현 시장인 홍선기 후보는 이를 슬쩍 비켜간다.

◇구도심 활성화=염홍철 후보는 구도심 주변의 자연녹지와 주거환경개선 예정지역을 통합해 1백여만평 규모의 신시가지를 개발한다는 입장이고,정하용 후보는 신·구시가지 균형개발로 도심 공동화를 막겠다고 공약했다. 구도심 주변의 주거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일단 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수요다. 대전시 주택보급률은 이미 1백%에 근접해 있다. 또 서남부생활권 1백84만평 등 3백20여만평의 택지개발사업이 이미 진행되거나 예정돼 있다. 반면 인구 유입은 거의 정체된 상태다. 따라서 외곽지역과 구도심을 동시에 개발할 경우 구도심 활성화에 효험이 있을지 의문이다.

◇생태 하천화=3대 하천을 '애들이 자유롭게 노는 강'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단골 메뉴다. 홍선기 후보는 3대 하천을 '레포츠 문화벨트'로 조성하고, 콘크리트 호안(護岸)블록·하상도로를 폐쇄해 친수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3대 하천 주변은 이미 시가지고, 소하천도 대부분 복개돼 주차장·도로가 되어 생활폐수가 여과없이 흘러든다. 하상도로는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洪후보 스스로 추진해 왔다. 대안도 없이 폐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하용 후보는 상류에 소규모 댐을 건설해 수량을 확보하고, 기존시가지까지 분리하수도를 설치해 3대 하천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댐의 위치·수량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분리하수도 건설·유지에 막대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지하철 건설 백지화=대전의 애물단지 1호 지하철 1호선은 착공 10년 만인 2006년에야 개통된다. 후보는 '2~5호선 백지화'로 시민 불만을 대변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현명한 대안'이다.눈덩이처럼 불어날 부채,1호선 완공 후 예상되는 시내버스·택시의 경영난,1호선만 운행할 경우 기형화될 교통체계 등 문제가 많다. 지하철 대신 경전철을 도입하는 것도 1호선과의 연계 문제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퇴직자·노인 재취업=洪후보는 조기퇴직자·노인을 위한 재취업센터를 1년 안에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장년층 고용안정과 노인복지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부가 국고로 시행하는 재취업 교육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구를 확대해 예산만 낭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방은행 설립=후보는 대전의 예금 중 반 이상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새로운 지방은행을 설립하거나 대형은행의 본점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충청은행이 문을 닫을 정도로 금융서비스 수요가 적은 데다 지역경제의 활력도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래시장 육성=김헌태 후보는 대규모 쇼핑센터로 인해 존립기반을 잃은 재래시장 대책을 공약했다. 그러나 시 지원으로 지역경제를 유지한다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범시민 불매운동으로 특정 업체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도 상식적인 방법이 아니다.

<지역별 공약 검증 게재 일자>

6월 3일=부산시장

4일=대구시장·경북지사

5일=울산시장·경남지사

6일=충남지사·충북지사

7일=인천시장

8일=강원지사·제주지사

9일=광주시장·전남지사·전북지사

<공약 검증단>

▶중앙일보=음성직(교통)·김정수(경제)·신혜경(도시)·박태균(복지)·강찬수(환경)전문기자, 최준호 기자(전국부) ▶경실련=김혜천(목원대 도시공학과)·신동호(한남대 도시지역계획학과)·신진(충남대 정치외교학과)·임헌만(배재대 행정학과)·최봉문(목원대 도시공학과)교수, 박상우 대전경실련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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