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유엔 제출 야생 동식물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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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한민국에서는 삼림 벌채와 개발, 도시화, 그리고 남획, 농약 남용 등으로 생물종의 멸종이 가속되고 있다. 호랑이·표범 등은 이미 멸종했고 여우·늑대·대륙사슴이 관찰되지 않으며 산양·사향노루·하늘다람쥐 등도 멸종 위기에 처했다."

올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릴 세계환경정상회의(WSSD)를 앞두고 환경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 등이 담긴 유엔 제출용 '지속가능 발전 추진성과 평가 보고서'를 만들었다.

표범의 경우 1959~63년 무렵 덕유산에서 포획된 것이 마지막이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남한에서 1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올해 표범의 서식실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유엔제출 보고서의 내용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99년 작성한 보고서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보완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국내 야생 동식물의 분포 실태에 대한 환경부의 조사·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매년 발간하는 환경백서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목록에는 호랑이는 들어 있으나 사슴은 빠져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호랑이와 야생사슴은 20~30년대 이후 남한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런 허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달 강원도 인제지역에서는 민간단체가 사슴 방목을 추진했다가 고유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목을 연기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미 멸종됐기 때문에 방목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환경부는 매화마름과 물솔·파초일엽 등 3종의 식물이 멸종했다고 환경백서 등 각종 자료에 실었다.

하지만 매화마름의 경우 최근 강화도 등지에서 자생지가 여러 곳 발견됐다. 지난달 12일 내셔널트러스트운동본부는 매화마름 자생지인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의 농지 9백12평을 사들여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야생동물연합 의장인 한상훈(韓尙勳)박사는 "현장 조사없이 1~2명의 전문가들이 자료만으로 야생 동식물의 분포를 파악하는 것은 문제"라며 "전국적인 탐문조사와 정밀조사 등을 거친 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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