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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태백산맥' 만화로 펴낸 박산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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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어린이들의 눈 높이에 어떻게 맞출까를 고민하며 여러 밤을 새웠죠."

'만화 태백산맥'(더북컴퍼니)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만화가 박산하(37.사진)씨는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원작을 재구성하는 일이 특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만화 태백산맥'은 조정래씨의 밀리언셀러 '태백산맥'을 만화로 엮은 책. 지난 20, 24일 각각 1, 2권이 나왔고 내년 가을까지 모두 10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200만부 이상 팔린 '진짜 사나이'시리즈로 만화계에 이름을 알린 박씨는 "원작의 핵심인 남북 분단과 전쟁 속에서의 이념적 갈등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다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갈등이 아버지.할아버지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고,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작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의 감수를 맡은 조정래 선생과 지난 봄 3박4일 동안 전남 벌교와 지리산을 돌았다. 벌교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등장 인물들이 보이는 듯해 배경과 캐릭터 구상에 그 답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작가는 원작에는 없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첫 책에 그렸다. 염상구는 까까머리의 말썽꾸러기로, 하대치는 맑은 눈빛을 지닌 순진한 아이로 묘사됐다. 책에는 지주의 횡포와 소작농의 고통이 상세히 그려졌다. 그리고 뒤편에는 소작쟁의 등 줄거리 속에 등장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덧붙였다. 박씨는"계급적 갈등을 표현하기보다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원작의 매력인 걸쭉한 호남 사투리나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된 대목들을 그대로 살리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장점을 살려 원작을 읽은 어른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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