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파트] 14호 선정, 광장동 현대 3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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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장동 현대 3단지 아파트의 부녀회원들이 '아름다운 아파트' 선정 현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신인섭 기자]

"엄마, 오늘은 뭘 가지고 갈까요."

"일단 우유 갑은 잘 접어 폐지함에 버리고 작아서 못 입는 이 옷들은 아름다운 가게 기증함에 넣어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현대 3단지 아파트에 사는 김정재(9.광남초 3년)군이 학교에 가기 전 어머니 박순옥(47)씨와 대화한 내용이다.

박씨는 "우리 아파트에서는 목요일 아침 아이들이 등교하면서 재활용품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환경과 이웃을 사랑하는 아파트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와 중앙일보가 열네번째 '아름다운 아파트'로 22일 선정한 광장동 현대 3단지 아파트. 1056세대 앞으로 매달 나오는 관리비 내역서의 뒷면에는 '아름다운 가게 기증함에 재활용 물건 넣어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 7월부터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한 물품이 2만점에 이른다. 올 하반기 단일 아파트 단지 중 최다 기증 기록이다.

나눔 문화의 온기가 이곳에 널리 퍼진 데는 김정숙(48)부녀회장의 힘이 컸다. 부녀회장이란 호칭보다 단지 내에서 '아름다운 재활용품 수집상'으로 불리는 김씨는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한번 썼던 비닐봉투도 물로 씻은 뒤 재활용하던 모습이 선하다"며 "못 입는 옷이나 싫증난 장난감도 조금만 손질하면 새것과 다름없는 물건이 된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들도 재활용 문화의 확산에 앞장섰다. 비가 오면 밖에 쌓인 재활용품 더미에 서둘러 비닐을 덮고 있다.

박준환(57)관리소장은 "재활용품을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직원들도 주민들의 아름다운 활동을 돕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아름다운 아파트 현판식은 정영섭 광진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렸다.

강병철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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