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안팔린 표'현황 통보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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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기장 공석(空席)사태와 관련,국제축구연맹(FIFA)과 양국 월드컵조직위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FIFA는 3일 FIFA와 입장권 판매대행사인 영국의 바이롬사, 한국조직위, 일본조직위 등 네곳의 대표자가 이 문제를 놓고 일본에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석=지난달 31일 개막전에 약 3천5백석이 공석이 된 것을 비롯해 ▶울산(1일)1만석▶부산(2일)2만2천8백석▶광주(2일)1만9천석▶니가타(1일)8천6백석▶삿포로(1일)1만석▶이바라키(2일)7천7백석▶사이타마(2일)1만석 등 2일까지 9만2천여석의 자리가 비었다.앞으로 벌어질 경기에서도 스탠드에는 빈 자리가 많을 전망이다.

◇원인=바이롬사의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해외 판매가 부진했던 것도 문제였지만 바이롬사가 미판매분을 한·일 조직위에 제 때 정확하게 통보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였다.

통보만 제대로 했으면 현장 판매를 통해 상당량을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FIFA가 안전문제와 암표매매 근절을 위해 이번 대회부터 시행토록 요구한 입장권 실명제도 판매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이 때문에 '선물용 혹은 증정용 구입'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부산 파라과이-남아프리카공화국전의 경우 국내 판매 자체도 부진했다.나중에 기업체나 공무원에게 대량으로 떠넘긴 입장권이 사표(死票)된 것도 있다.

◇책임=FIFA는 자질이 미흡한 업체를 양국 조직위에 천거한 책임이 있다. FIFA가 월드컵의 모든 사업을 다 관장하고 수익금의 30%만 조직위에 넘겨줬던 1998년 프랑스 대회 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양국 조직위가 직접 입장권 수익을 챙기도록 돼 있다.

그래서인지 FIFA는 이번 대회에서는 입장권 문제를 완전히 나몰라라 했다. 일각에서는 FIFA가 바이롬사의 로비에 넘어가 업무능력을 검증하지도 않고 양국 조직위에 추천했다는 얘기도 있다.

양국 조직위도 바이롬사의 능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FIFA의 추천을 덜컥 받아들였다는 잘못이 있다.

양국 조직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판매대행사 선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여기에 공동 개최가 지니고 있는 예기치 못한 함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입장권 발행·판매=월드컵 경기의 입장권은 총 3백20만장이 발행됐다. 이중 1백50만장은 한·일 양국에서 75만장씩 국내 판매하고, 해외 판매분인 1백50만장은 바이롬사가 맡아 판매를 대행키로 했다.

나머지 20만장은 FIFA 임원과 미디어 및 각계 참관자용으로 배부키로 합의됐다.

◇공석 사태의 부작용=당장 입장권 판매 수입이 줄어든다.국내에서 열리는 32경기 입장권(1백42만2천8백41석)이 매진될 경우 수익은 조직위 전체 수익의 40%인 2천1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빈 자리가 많은 관중석은 대회 이미지를 추락시켜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라는 목표를 위협할 수도 있다.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한 국내 축구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세계인들도 자칫 재미없는 대회라고 오해할지 모른다.

허진석·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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