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논공행상 인사 4년마다 되풀이할 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방 관가에 찬바람이 일고 있다. 단체장 취임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 지난 1일자로 과장과 팀장의 절반 가까이가 자리이동을 했다. 가히 쓰나미급 물갈이다. 수원·태백 등 곳곳 지자체에서도 요직(要職)과 한직(閑職)이 교차하는 인사 태풍이 몰아치고, 전임자가 임명한 기관장들에게 일찌감치 일괄 사표를 주문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 사람 챙기기, 미운 간부 손보기, 선거 때 보복이라는 등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많은 자치단체에서 정당 간 권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논공행상(論功行賞) 인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신임 단체장 체제의 출범에 따른 물갈이 인사는 필요한 측면이 있다. 정체된 공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사기도 진작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선거가 끝나고 취임하자마자 대폭적으로 인사를 하면서 논공행상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밀려난 공직자는 앙앙불락(怏怏不樂)하며 다른 정치인에게 줄을 서 4년 뒤를 기약할 것이고, 일반 공직자도 “역시 줄을 잘 서야…” 하면서 눈치만 살피게 될 것 아닌가. 결국 공직자들이 선거 결과에 휘둘리게 되면서 4년마다 인사 태풍의 악순환이 거듭되면 사조직이 공직 사회를 압도하고, 대민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가 출연하거나 출자한 기관의 장(長)도 가시방석이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취임하기도 전에 “전임 지사가 임명한 기관장은 일괄 사표를 내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재신임을 통해 다시 역할을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마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듭되는 ‘코드 인사’의 지방판을 보는 것 같다. 임기는 존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조직이 안정되고, 나름의 경륜을 펼 수가 있다. 그렇다고 능력도 없이 줄을 잘 선 대가로 감투를 쓴 경우까지 보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러한 기준을 어떻게 세우고 평가하느냐일 것이다. 특히 출자기관의 장은 대부분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자리다. 이를 개인적인 친분과 코드를 잣대로 임명하게 되면 결국 부실 운영에 따른 부담까지 발생하게 된다.

공직을 전리품(戰利品)쯤으로 여기는 것은 곤란하다. 공직은 주민에게 봉사하고 섬기는 자리이며, 단체장은 이들 봉사자의 우두머리인 것이다. 당연히 공직에 대한 인사도 주민의 눈높이가 기준이 돼야 한다. 결국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인사가 정답이다. 정실인사는 항상 능력과 자질 시비를 부르고, 4년마다 되풀이되는 물갈이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직의 안정을 해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남겨진다. 단체장은 목민(牧民)의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주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며, 언젠가 꼭 심판할 것이란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