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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100명 중 2~5명 겪는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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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유수유 비율, OECD 최하위

영아들은 소화기관이 미숙하다. 분유에 있는 단백질이 소화되지 않고 장에서 흡수되면 면역반응이 일어나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 [신인섭 기자]

우리나라 모유 수유율은 약 2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하위다. 신생아 10명 중 7~8명은 분유를 먹는 셈이다.

하지만 분유를 만드는 주 재료인 우유에 있는 특정 단백질 탓에 알레르기를 겪을 수 있다.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다. 이미 우유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8대 식품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의『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2개월 이하 신생아 약 20%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으며, 이 중 31%는 우유의 단백질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었다.

영아기에는 소화기관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유에 있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수되면 면역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영아 100명 중 2~5명의 아기가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지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모유의 단백질과 우유를 주 성분으로 만든 분유의 단백질 종류는 다르다”며 “분유에 있는 베타락토글로블린, 카제인, 알파락트알부민 등 단백질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흡수되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는 피부 발진과 가려움·배앓이·복부팽창 등 영아를 힘들게 하는 다양한 증상도 뒤따른다. 심하면 쇼크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콧물·재채기 등 호흡기 반응도 나타난다.

특히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는 아토피 피부염→호흡기 감염→천식→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을 부르기도 한다.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 증상에 치인 아기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설사 탓에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소화 쉽도록 만든 ‘센서티브 분유’ 나와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는 대부분 성장하면서 증상이 개선된다. 장의 성장이 완료되고 소화효소의 작용이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만 4세 무렵 60% 이상에서 증상이 개선되고, 6세에는 80%의 아이들이 알레르기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알레르기 증상을 겪는 동안 영양상태가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거나 증상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에 가장 좋은 치료제와 예방법은 모유 수유다. 하지만 산모의 신체상태, 생활환경 등으로 분유에 의존하는 영아가 대부분이다.

정지아 전문의는 “많은 영아가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분유를 통해 섭취하기 때문에 우유 트러블이 있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분유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부분 가수분해 분유의 효과 및 우유 알레르기’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네덜란드 유제품 가공업체 프리스란드 캄피나 도모의 마잔 그로스 연구팀장은 “우유 단백질에 민감한 아기에겐 소화효소로 우유 단백질을 미리 분해(부분 가수분해)해 단백질을 쉽게 소화·흡수할 수 있도록 만든 센서티브(sensitive) 분유가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많은 엄마들이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의 해결책으로 산양분유를 선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영국에서는 우유 단백질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아기들은 염소젖 단백질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산양분유의 수유를 자제키시고 센서티브 분유를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에도 처음으로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를 예방·개선할 수 있는 센서티브 분유(매일유업 ‘앱솔루트 센서티브’)가 출시됐다.

글=황운하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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