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엄마표 학습법 ① 국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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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시간도, 공부할 시간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는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초등학생에겐 엄마와 함께 하는 공부가 위력을 발휘하는 때다. 중앙일보 MY STUDY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별 엄마표 학습사례를 소개한다.

논술 날씨를 글로 묘사하며 창의력 키웠어요

 허경숙(41·경기도 안성)씨는 쌍둥이 남매인 김지연양·지민(경기도 양진초 1)군과 매일 독서·논술공부를 같이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서 20권 가량의 책을 빌려온 뒤 매일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책을 읽게 한다. 아이들이 읽는 책은 허씨도 함께 읽는다. 읽은 뒤엔 아이들이 재미있게 답할 수 있도록 ‘독서 퀴즈노트’에 독후질문을 적어둔다. 책 이름과 책에 대한 소감을 마음껏 적을 수 있는 ‘독서 감상노트’도 직접 꾸며줬다.

 아직 쓰기 실력이 미숙한 쌍둥이 남매를 위한 ‘하루 5분 글쓰기 활동’도 있다. 그림 일기장에 ‘매일 날씨 한 줄로 묘사하기’다. 일기장 속에 그려진 해와 구름 아이콘에 단순히 체크만 하는 대신 그날의 날씨를 직접 문장으로 적어본다. 아이들은 짧고 창의적인 문장을 만드는 데 재미를 들였다. 자신이 읽고 난 책 속 표현을 응용하기도 했다. 허씨는 “며칠씩 맑은 날만 계속돼도 ‘해의 왕을 보고 비의 장군이 도망친 날’ ‘흐린 구름이 지나가고 맑은 군사가 햇빛을 지킨 날’처럼 상상력이 가득한 표현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허씨가 이처럼 국어교육에 노하우를 갖게된 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큰 아들 김현우(경기도 양진중 1)군을 국어학원에 보내지않고 기르면서 쌓게 된 경험 덕분이다. 엄마표 국어학습법은 모두 허씨와 현우가 초등학교 시절에 재미있게 즐겼던 활동들이다. 지금까지 현우가 직접 쓴 독서노트만 4권 분량이 넘는다. 허씨는 “현우가 어렸을 때 주위에서 유명한 논술학원에 자녀들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어휘력이 풍부하고 독서량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걸 확인하고 엄마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어휘 백과사전 활용 나만의 낱말노트 만들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영주(서울 봉현초 1)양은 ‘영주의 궁금이노트’라고 이름 붙인 자신만의 어휘력 사전이 있다. 6살 때부터 엄마 김연희(40·서울 동작구)씨와 함께 만든 낱말 뜻풀이 노트다. 백과사전의 목차에서 알고 싶은 단어가 나올 때마다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그 부분을 펼친다. 자기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의 긴 설명을 읽고 난 뒤엔 노트에 한 단어당 6~8줄 정도 자신이 이해한대로 요약해 직접 뜻을 적어갔다. 단어의 뜻을 그림으로도 그리다 보면 공책 한 장에 단어 2개만 들어갈 때도 다반사였다. 이렇게 1년 넘게 매일 꾸준히 노트에 적다 보니 3권 분량이 넘었다. 백과사전을 만든 출판사가 영주의 어휘력 노트를 독자 활용사례로 참고하겠다며 요청해 빌려갈 정도다.

 책을 읽기 전 미리 책 표지를 살펴보는 ‘독서전 활동’도 유용했다. 책 제목의 뜻을 알아보고 지은이의 소개와 감수·번역·원작 등 책의 형식적 내용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다. 김씨는 “책표지에 의외로 아주 다양한 주요 어휘들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매일 새로운 어휘들이 등장하는 신문도 어휘력 향상의 일등공신이었다. 제목에 등장하는 큼직큼직한 단어들 중 아이가 뜻을 알고 싶어하는 낱말을 고르게 한 뒤 이를 오려 스케치북에 붙이고 가지치기 식으로 확장학습을 한다. 사전을 찾아 뜻풀이를 적은 뒤 해당 단어와 관계된 아이의 경험을 적고 그와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을 다시 신문 속에서 찾아 자유롭게 오려붙인다. 요즘은 신문에 등장하는 국가이름을 찾는 데 열심이다. 김씨는 “세계지도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위치를 찾아보고, 한국인 선원이 피랍된 소말리아에 대한 책도 찾아봤다”며 “어휘의 뜻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상식도 풍부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추천했다.

[사진설명] “엄마랑 글쓰기 놀이 재미있어요.” 김지민군과 김지연양이 엄마 허경숙씨와 함께 작성한 독서노트를 살펴보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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