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0>제101화우리서로섬기며살자:49.고인만큼쓰는'옹달샘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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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모금으로 운영되는 우리 방송사가 빚 하나 없이 매년 사세를 확장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불가사의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도 우리 극동방송은 한 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고 월급도 깎지 않았다. 그동안 나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소극적이다거나 지나치게 돈을 아낀다고 말하던 직원들은 경제난국에도 흔들림이 없자 그제서야 좀 인정하는 눈치였다.

모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절약이다. 우리 직원들은 방송선교사라는 자부심과 "절약이 곧 모금"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운영비 절감 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방송 자동화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다. 우리 방송사는 90년부터 방송자동화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 결과 국내 다른 라디오 방송사보다 5~10년 앞서 방송 환경 변화에 대처했다. 외국에 갈 때마다 라디오 방송사를 드나들면서 새로운 제도에 관심을 기울였던 나는 대여섯명이 하루 방송을 소화하는 미국 방송사를 눈여겨보았다.

비결은 방송자동화였다. 자동화만 된다면 한 사람이 프로듀서·보조 프로듀서(AD)· 아나운서· 엔지니어 역할을 한꺼번에 할 수 있었다. 초기에 자동화에 따른 투자만 효과적으로 하면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었다.

89년 말 내가 방송 자동화 안을 내놓자 엔지니어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래도 나는 직원을 미국으로 파견해 견학시킨 뒤 자동화 기계를 들여왔다. 초청해온 미국 엔지니어들과 한국 엔지니어들이 자주 충돌을 일으켰다. 직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90년 초 자동화 시스템에 의한 첫 방송이 나가던 날 연속적으로 방송 사고가 터져 난리가 났다. 장시간 방송이 중단되자 인근 경찰서에서 "폭도들이 방송국을 점거한 거 아니냐"는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93년부터 전면 자동화를 실시했다. 이때부터 한 사람이 아나운서·프로듀서·오퍼레이터(엔지니어) 역할을 다 한다는 의미의 '아나듀오'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우리 방송사 실무 직원들은 모두 '아나듀오'다.

98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국내 라디오 방송사들이 우리 방송사에 와 방송 자동화 현장을 견학하고 갔다. 자동화에 따른 유휴인력은 지방 방송사를 설립할 때 그곳으로 보냈다. 외환위기 이전에 구조조정을 실시한 셈이어서 우리 방송사는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방송사의 경비를 줄이는 또 하나 큰 줄기는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다. 우리 방송사는 최소인력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행사가 있을 때면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행사를 치른다. 방송 진행자 가운데도 자원봉사자가 많다. 공중파 방송에서 고액의 개런티를 받는 탤런트 김혜자 권사, 성우 고은정 권사, 탤런트 임동진 장로와 한인수 장로, SBS 예술단장 김정택 장로, 개그우먼 임미숙 집사 등이 극동방송에서 단 한푼도 받지 않고 장기간 출연해 복음 전파에 애쓰고 있다. 그동안 영화배우 고은아 권사와 가수 윤형주 장로 등 수많은 분이 자원봉사를 했다.

사장인 나는 월급은 물론 판공비도 받지 않는다. 내가 방송사 근무시간에 나가 집회를 인도하게 되면 사례금은 반드시 방송사 경리국에 입금한다. 또한 나에게 개인적으로 선교활동에 사용하라고 주는 돈도 모두 방송사에 입금하고 영수증과 함께 감사 편지를 보낸다.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의 아들인 주광조 고문은 대기업 회장을 지내다가 퇴직한 후 10년 째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 우리 방송사에서 일했던 임경섭·안세훈 부사장도 무보수로 일했다. 그래서 "극동방송에서 지출하는 돈은 직원 월급과 전기료· 우표값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운영자금으로 그 누구에게도 거마비를 주어서는 안되고, 직원 회식을 하지 말며, 정부 기관에 로비를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우리 방송사의 지출 방침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쓰되 가능한 적게 쓴다"는 것이다.

나의 경제철학은 하나님의 돈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첫째 아껴야 하고, 둘째 낭비하지 말아야 하고, 그리고 최대로 절약하면 하나님이 필요할 때 꼭 주신다는 것이다. 우리 방송사는 고인 만큼 쓰되 약간씩 남겨두는 '옹달샘 재정운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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