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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화폭에 '개성 채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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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한국화의 요체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다. 기운(氣韻)은 문장이나 서화의 고아하고 담박한 멋을 말하니 기운생동은 멋과 기품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뜻이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기운생동'전은 현대 한국화의 다양한 모색을 '잘 나가는'중견작가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6월29일까지).

참여작가는 강경구(경원대)·김보희(이화여대)·김선두(중앙대)·김호득(영남대)·석철주(추계예술대)교수 등 5명이다. 전통의 맥을 계승하되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가장 부지런하게 활동하는 것으로도 이름 높다. 강경구씨는 마음 속의 풍경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담아낸 '숲-동백' 등을 출품했다. 공교함을 벗어나 붓가는 대로 그린 숲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속에 들어가 쉬고싶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김보희씨는 갈대숲, 야생화 들녘, 섬과 강 등의 풍경을 숨은 맥박이 들릴 듯한 잔잔한 필치로 살려낸 '상(想)'연작을 보여준다. 김선두씨는 화려한 색면과 분방한 수묵의 필선이 어우러진'행(行)연작을 내놨다. 김호득씨는 먹의 커다란 면으로 화면을 뒤덮는 묵직한 추상화'흔들림'연작을 걸었다. 석철주씨는 맹물 덧칠로 바탕그림의 윤곽을 흐릿하게 만드는 독창적인 기법을 구사한'생활일기'등을 출품했다. 초점이 맞지않은 사진같은 그의 작품은 손에 쥐어지지 않고 흘러 지나가버리는 삶과 현실을 연상케한다.

학고재측은 "기운생동의 정신은 미술이나 요즘 월드컵등의 스포츠에서나 동일하게 중요한 것"이라며"월드컵이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기획전"이라고 설명했다. 02-720-1524.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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