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을 대표 레퍼토리로" 국립무용단 40돌 기념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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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국립무용단(단장 배정혜)이 불혹(不惑)의 나이가 됐다. 1962년 창단한 국립무용단은 당초 발레와의 연합체였으나, 74년 발레가 국립발레단으로 독립하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해왔다.

이를 기념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연애담인 고전 '춘향전'을 텍스트로 한 '춤·춘향'을 선보인다. 6월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며 배정혜 안무·한태숙 연출이다. 무용평론가 장광렬이 대본의 각색을 맡아 창작자로 변신했다.

국립무용단이 '춘향전'을 무용화한 것은 77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다. 한번 공연으로 대충 '때우고' 그냥 폐기 처분하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 배정혜 단장은 "이번만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뭔가 다른 작품으로 심기일전해 만들어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만들겠다는 각오인데, 이런 자신감에 외부 평가가 큰 몫을 한 모양이다. 국립무용단은 지난해 10월 독일 무용의 중요한 근거지 가운데 하나인 부퍼탈 페스티벌에 참가해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다. 비록 춘향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우리 전통예술의 멋에 현지인들이 탄복한 것이다.

페스티벌의 리더이자 독일 현대무용의 거장인 피나 바우슈가 특히 애정을 보였다. 바우슈는 6월 3일 타워호텔에서 열리는 4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의 무용단 운영철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배단장은 "바우슈의 호평은 우리 전통예술의 세계화 방법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바로 전통에서 '한발짝' 정도만 나가자는 얘기다.

이번 '춤·춘향'은 그런 철학을 반영했다. 배단장은 비법 공개를 꺼리며 "일단 와서 보라"고 호기심을 부추겼다. 배단장은 조선의 관습과 생활상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단오날 머리감기와 물동이를 이고 추는 춤인 '수부희(水缶戱)', 장고춤 등을 활용한 변학도의 기생 점고(點考) 장면 등을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라는 전통적인 해석법을 따른 이 작품(총 3막 구성)에서는 세 쌍의 주인공이 연기 경쟁을 벌인다. 첫날은 김미애(춘향)·김윤수(몽룡), 둘째·셋째날은 장현수·정윤, 마지막날은 옹경일·우재현 듀엣(사진)이다. 변학도역은 신예 최진욱. 평일 오후 7시30분,일 오후 4시. 02-2274-3507.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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