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삐끗… 우승후보국 애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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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단의 출전 여부에 따라 프랑스의 성적은 물론 월드컵 흥행이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상태는 세계적인 뉴스가 되고 있다.

가뜩이나 세대교체 기회를 놓쳐 주전들의 노쇠화로 고민하고 있는 프랑스는 지단 외에도 다비드 트레제게·티에리 앙리·릴리앙 튀랑 등의 주전들도 1백%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어 우승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잉글랜드는 전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주장 데이비드 베컴의 부상 회복에 온 관심을 쏟고 있다.

베컴이 지난달 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의 태클로 왼쪽 발등뼈가 부러지면서 결장한 가운데 잉글랜드는 지난 21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기고 26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도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베컴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여 다음달 2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출전할 전망이지만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스웨덴 등과 '죽음의 F조'에 속한 잉글랜드로서는 베컴의 완전 회복이 급선무다.

잉글랜드는 베컴 외에 대니 머피·키어런 다이어·니키 벗·테디 셰링엄 등이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아 '부상병동'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이탈리아의 득점원 필리포 인차기는 지난 26일 일본 프로축구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인차기의 부상 부위는 지난해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던 곳이다. 그의 부상으로 이탈리아는 비에리·인차기·델 피에로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를 다시 검토해야만 한다.

스페인의 공격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도 28일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을 삐끗했다.

미드필더인 다비드 알벨다와 루이스 엔리케도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상태이지만 재발을 조심해야 한다.

이밖에도 클라우디오 카니자(아르헨티나)·미하엘 발라크(독일)·제이슨 매커티어(아일랜드) 등 스타들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스타 플레이어의 부상은 선수 개인적으로는 지난 4년간 공들였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팀에는 월드컵 성적 급락을 의미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프랑스와 브라질의 결승전에서는 부상 중인 브라질의 공격수 호나우두가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뛰었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0-3으로 패배, 우승컵을 프랑스에 내준 적이 있다. 한국도 98년 프랑스 월드컵 직전에 중국과 치른 평가전에서 황선홍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본선에서 한 경기도 참가하지 못해 전력 손실을 겪은 바 있다.

월드컵 직전 슈퍼스타들이 잇따라 부상하는 원인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장 나영무(永武·39·일산 백병원)박사는 "소속팀에서 훈련하다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서 신체가 적응하기 힘든 데다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해 근육이 뻣뻣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이 간다"고 분석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프리미어 리그(잉글랜드)·세리에A(이탈리아)·프리메라 리가(스페인)·분데스 리가(독일) 등 유럽의 4대 프로축구 리그의 정규 시즌이 끝나자마자 쉴틈 없이 월드컵을 대비하느라 피로해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상한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까지는 단순한 치료기간 외에 체력을 회복하고 실전 감각을 되찾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막 직전 사소한 부상은 자칫 월드컵 출전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을 낳을 수도 있다.

이철재 기자

월드컵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둔 상태에서 각국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부상은 전력의 현격한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속 팀으로서는 비상이 아닐 수 없다. 관중의 입장에서도 자칫하면 이들의 화려한 묘기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프랑스의 '천재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은 지난 26일 한국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입은 허벅지 부상으로 오는 31일 세네갈과의 개막전을 결국 거르게 됐다. 나머지 조별 리그 두 경기의 출전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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