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후보 전과·재산·병역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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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13 선거전이 시작됐다. 28일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유세를 비롯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부패정권 심판'을, 민주당은 '개혁의 지속'을 내세우며 중앙당 차원의 지원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가 인터넷에 후보자들의 전과·병역·납세·재산 기록을 공개, 후보자의 적격논란이 선거전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다른 경로로 공직자 재산등록을 했던 후보들은 유권자가 재산내역을 알아보기 어렵게 돼 있고, 경력란에도 해당 후보의 생업 대신 임의단체의 직함 등 명예직을 게재할 수 있도록 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산=28일 등록한 46명의 광역단체장 후보 중 17명은 이번에 재산내역과 총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미 관보·국회공보 등에 게재됐다는 이유다. 이들 대부분이 현역 의원이나 단체장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이들 재산내역을 알아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해마다 변동내역만 신고해왔기 때문에 전모를 알기 위해선 몇 년치 신고자료를 입수해 더하고 빼는 작업을 해야한다. 한나라당에선 7명, 민주당에선 5명, 자민련에선 2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날 재산신고를 한 29명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明博) 서울시장 후보가 가장 부자로 1백75억원대 재산가다. 본인 명의로 서울 서초구에 빌딩 3채를 갖고 있고, 3억원의 예금도 있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후보는 현대시멘트·현대산업개발 등 현대 주식 1천2백여주를 소유했다.

2위는 자민련 구천서(具天書) 충북지사 후보로 75억원. 뒤를 이어 민주당 박상은(朴商銀) 인천시장 후보 33억원, 민주당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 후보 17억원, 한나라당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 후보 15억원이다.

민주당 한이헌(韓憲) 부산시장 후보는 유일하게 마이너스 재산을 기록했다. 경기 양평에 집을 가졌고, 헬스클럽 회원권도 있으나 은행빚 1억원이 있다. 사회당 안승천(安承千) 울산시장 후보는 재산이 '0'원이다. 평균재산은 13억7천만원이나 이명박 후보를 제외하면 평균이 7억9천만원으로 준다.

◇병역=광역단체장 후보 중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은 30.4%인 14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이 '고령'을 이유로 면제됐다.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 후보는 30세 되던 1976년 을종 보충역을 받았다가 이듬해 고령과 생계곤란을 이유로 면제됐다. 같은 당 조해녕(대구)후보도 31세에 소집면제됐다.

무소속인 송재구(宋載久) 전남지사 후보는 육사를 다니다 퇴교한 뒤 66년 현역입영을 기피한 것으로 신고했다. 그 후 71년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고 11년 만인 82년 41세 때 고령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면제자 중 징병검사를 기피했던 후보도 있다. 민주당 박태영 전남지사 후보는 66년 기피했다가 이듬해 제2국민역으로 편입됐다.같은 당 한이헌 부산시장 후보는 64, 66년 두차례 기피한 것으로 돼 있으며, 68년3월 병역처분 취소를 받았다.

질병에 의한 면제자도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는 24세 때인 65년 폐활동성 경도 결핵과 기관지 확장증을 앓아, 같은 당 이원종(元鐘) 충북지사 후보는 23세 때 만성 간염으로 면제받았다.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서울시장 후보와 민주노동당 김창한(金昌漢) 인천시장 후보는 실형을 살아 병역이 면제됐다. 민주당 진념(陳稔)경기지사후보는 '제2국민역'이라고만 신고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연령별 면제율은 50세 이상의 경우 38.5%, 40대는 33.8%, 30대는 30.5%"라고 밝혔다.

◇전과=시·도지사 출마자 중 9명이 전과기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시국사건 등에 연루돼 실형을 산 시국·정치사범들이다.

정당별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4명으로 가장 많다. 민주당·무소속 후보가 각각 2명이며 사회당 후보가 한명씩이다. 한나라당·자민련 출신은 한명도 없다.

후보별로는 광주시장에 출마한 정동년 후보(무소속)가 4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직전까지 민주당 소속 광주 남구청장을 지낸 鄭후보는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87년 '6·10항쟁'등 여러차례 시위·집회를 주도해 구속된 기록이 있다.

다음은 세건의 전과기록을 갖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김창한 인천시장 후보. 노동운동가 출신인 金후보는 위장취업·노동자 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로 집시법·국가보안법·사문서 위조 등으로 형을 살았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김민석 후보는 대학 재학 때인 19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1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전북지사에 출마한 손주항 후보(무소속) 역시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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