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입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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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를 언제 시행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제는 부동산 거래자의 탈세와 투기를 막기 위해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실거래가 등 거래 계약내용을 시.군.구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제를 내년 7월 시행하고, 이후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실거래가 신고제는)실거래가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과제이므로 꼭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택 실거래가 신고 의무제를 바탕으로 취득세.등록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의 과세표준을 중장기적으로 실거래가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건설교통위원들은 대부분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감안해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을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건교위는 지난 17일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부동산 경기침체와 중개업계의 반발을 고려, 심의를 유보하자는 주장이 잇따르자 공청회를 거쳐 심의한 후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다.

국회 건교위는 내년 2월께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회가 내년 초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시행을 골자로 한 부동산중개업법을 최종 확정하더라도 시행 시기는 당초 정부가 계획한 내년 7월에서 2006년 1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본지 12월 20일자 e2면>

?실거래가 신고제의 의미=실거래가 신고제 시행은 전국을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묶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지금은 과세표준액, 내년부터는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내는 취득.등록세(거래세)의 경우 이보다 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에 맞춰 거래세를 감면하면 실제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서는 과세표준액이 워낙 급격히 오르기 때문에 세율을 낮추더라도 거래세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되면 과세 근거가 노출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거래자의 양도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실거래가 신고제는 그동안 정부가 시행한 각종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모두 합한 것과 버금갈 정도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실거래가 신고제를 내년 7월 시행하더라도 세금 부담은 조금씩 늘리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 위축 우려=부동산중개업계는 소유권 이전등기 때 거래세를 줄이기 위해 당사자끼리 또는 법무사 등을 통해 거래가격을 낮춘 검인계약서(다운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이들에게도 신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중개업자에게만 거래 계약 내용 통보를 의무화할 경우 개인 간 직거래가 늘어 중개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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