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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코미디계는 … 스타 파워가 안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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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코미디계에 신인 돌풍이 거세다. 최근 시청률이 치솟고 있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을 비롯해 KBS2 '개그콘서트''폭소클럽'의 인기 비결은 신인들의 맹활약이다. 반면 박준형.강성범.정종철.김영철 등 스타가 총출동한 시트콤 '방방'(KBS2)은 시청률 부진으로 방영 두 달 만인 23일 막을 내렸다. 코미디에서만큼은 스타 파워가 맥을 못 추는 형국이다.

◆ 스타들 "후배가 무서워"='웃찾사'의 인기몰이는 지난 10월 방영 시간대를 목요일 오후 11시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그뒤 총 12개 코너 중 9개 코너가 바뀌었다. 10월 14일 8.9%(TNS미디어코리아 조사 결과)에 머물렀던 '웃찾사' 시청률은 매회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12월 2일 18.1%로 유재석.김제동을 앞세운 KBS2 '해피투게더'(17.2%)를 제쳤고, 16일엔 21.7%로 '해피투게더'를 무려 8.2%포인트 차로 제압했다.

'웃찾사'약진은 '그런거야' 김형인, '뭐야' 윤택, '끔찍이'김신영 등 신인들이 이끌어간다. 여기에다 중고 신인 리마리오(본명 이상훈)도 '느끼남'으로 인기절정에 올랐다.

'웃찾사'의 급부상으로 위기를 느낀 '개그콘서트' 역시 '젊은 피'로 인기를 지키고 있다. '깜빡 홈쇼핑'에서 '마대전자'를 유행시킨 '안어벙'안상태, '봉숭아 학당' 복학생 윤세윤과 경비원 장동민 모두 올 4월 KBS 19기 공채 시험에 합격한 신인이다.

'개그콘서트' 김석현 PD는 "계속 신인 개그맨들을 훈련시켜 코너를 맡길 것"이라며 "기존 개콘 스타들도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해진 데뷔 길=신인들의 급부상에는 방송 시스템의 변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 각 방송사 공채 개그맨 중심으로 기용하던 제작관행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획사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기획사가 운영하는 소극장 '박승대홀''갈갈이홀''컬트홀'등에는 개그맨 지망생들이 줄을 선다.

개인적으로 길을 뚫기도 한다. '폭소클럽'의 '김샘' 김홍식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당 작가에게 e-메일로 보낸 것이 계기가 돼 방송에 진출했다.

'폭소클럽'의 '록기 앤 루키'코너는 신인들의 개그 대결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데뷔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또 케이블 채널 m-net의 '뻔뻔개그쇼'도 개그맨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뻔뻔 개그쇼'에서 5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박규선.양세형은 지난달 '웃찾사'무대에 첫 데뷔했다. 신인들로선 기회가 365일 열려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코미디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폭소클럽'작가 신상훈씨는 "신인들이 일회용 반짝스타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 '촌철살인'의 깊이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 '스마일매니아' 박승대 대표

'웃찾사' 멤버 70% 양성
"코미디의 한류에 도전"

'웃찾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개그맨 전문 연예기획사 '스마일매니아'의 박승대(사진) 대표다. 현재 '웃찾사'출연 개그맨 중 70%가'스마일매니아' 소속이다. 1986년 KBS 개그콘테스트 4기로 데뷔한 박 대표는 2002년 기획사를 차린 뒤 박준형.정종철.임혁필.권진영.이정수.김형인.윤택 등 60여명의 개그맨을 배출했다.

-개그계 신인 돌풍의 이유는.

"인기에 무슨 이유가 있나. 그냥 재미있으니까 인기가 높은 것이다. 원래 코미디는 쉽게 질리는 장르라 신인들이 끼어들기 좋다."

-왜 개그맨 양성기관을 만들었나.

"내 스스로 20년 정도 개그맨 활동을 하면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개인기 몇 개 믿고 방송을 하다보니 금세 한계에 도달했다. 한번 '안 웃기는 개그맨'이란 낙인이 찍히면 벗어나기 어렵다. 방송에 얼굴을 내밀기 전 최소한 2년 정도는 개그의 기본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기간이 필요하다."

-기존 개그맨의 생존 전략은.

"자신을 고갈시키면 안 된다. 1년 활동하면 1년 쉬면서 아이디어를 축적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달 5일 일본 최대 연예 프로덕션인 요시모토 그룹을 방문해 일본 코미디와 한국 코미디가 교류할 수 있는 여지를 찾아보겠다. 잘 되면 코미디에서도 한류가 가능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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